IOC, 연내 정식종목 확정적
발맞춰 브레이킹協 이달 출범
전설의 비보이 트랜스·루키
“후배들 올림픽 메달 도울 것”
IT업체 사업 정경태 협회장
“비보이·비걸의 수입원 개발”
춤에서 스포츠로 진화한다.
국내에선 브레이크댄스로, 해외에선 브레이킹으로 불린다. 브레이킹은 1970∼1980년대 미국의 파티문화에서 유래됐다. 디스크자키(DJ)가 트는 음악에서 가사 없이 비트만 나오는 간주가 브레이크다. ‘브레이크 타임’ 때 춤추는 남자를 비보이, 여자를 비걸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젠 춤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브레이킹이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지난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브레이킹을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제안했다. IOC는 지난해 6월 브레이킹을 파리올림픽 종목으로 잠정승인했고, 이르면 올해 말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대한브레이킹협회가 지난 22일 출범했다. 브레이킹협회에는 국내 10여 개 비보이팀 소속 20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의 비보이는 전 세계가 인정한다. 지금부터 준비를 잘하면, 메달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브레이킹협회는 정경태 회장이 이끌며 트랜스(김도창)는 재무기획팀장, 루키(신광현)는 홍보기획팀장을 맡았다. 36세 동갑내기인 트랜스와 루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보이. 트랜스는 프리즘 소속으로 2008년 세계대회인 UK 비보이 챔피언십에 출전, 1대1 부문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루키는 드리프터즈크루 소속으로 역시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정상에 올랐다. 루키는 가수 이효리와 함께 CF에서 호흡을 맞췄고, 류승완 감독의 영화 ‘짝패’에 출연하기도 했다. 둘은 중학생 시절부터 20년간 활동한 베테랑이며, 각국 브레이킹협회의 초청을 받아 국제대회에 출전하거나 심사위원을 맡는다. 트랜스와 루키는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엔 마흔이 되기에 선수로 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후배들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입을 모았다.
보통 비보이와 비걸은 하루 10시간 정도 기량을 갈고닦는다. 하지만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분야. 주 수입원은 대회 상금이지만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9월 열린 국내 유일의 국제이벤트 부천세계비보이대회(BBIC)의 총상금은 4200만 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각종 대회와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생계난이 가중됐다. 브레이킹협회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보면서 배틀과 공연을 직접 개최하는 등 수익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삼성그룹을 거쳐 메리츠금융그룹 전략실장 등을 지냈고 현재는 정보기술(IT) 보안업체인 글로벌코리아컨설팅의 대표다. 정 회장은 미국 유학 중인 차남이 브레이킹 선수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레 브레이킹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차남이 2017년 무릎을 다쳐 수술과 6개월간의 재활치료를 거쳤는데 당시 담당 의사가 트랜스의 친형이었다. 정 회장은 “브레이킹을 좋아하다 보니 여러 차례 후원했고, 선수들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안다”면서 “비보이, 비걸의 안정적인 수입원을 개발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킹은 비보이끼리 배틀을 통해 우열을 가린다. 개인전은 라운드마다 약 30초∼1분, 단체전은 7∼10분 진행된다. 개인전은 1대1이고 단체전은 5대5, 7대7, 8대8로 맞붙는다. 배틀이 끝나면 심사위원들의 거수로 우열이 가려진다. 독창성 등 5개 평가 항목을 심사위원이 하나씩 맡아 평가하는 방식도 있다. 루키는 “각국 브레이킹협회와 상의해 국제대회의 통일된 룰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룰이 정해지면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등 본격적인 올림픽 대비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는 서울 마포구 홍대, 루키는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 활동하지만 앞으론 전쟁기념관을 주무대로 삼을 예정이다. 전쟁과 브레이킹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브레이킹은 비보이끼리 치열하게 실력을 겨루지만, 배틀이 끝나면 음악과 춤으로 하나가 된다”면서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다시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과 닮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비보이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국위선양했다는 마음으로 태극기를 휘날린다”고 덧붙였다. 전쟁기념관 측은 국내 유명 비보이인 디퍼와 홍텐을 지난 1월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기념관 야외홀을 ‘디퍼-홍텐’ 홀로 지정했다.
전쟁기념관의 연간 방문객은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트랜스와 루키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브레이킹 홍보공연 등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트랜스는 “20년 전엔 대기업들이 브레이킹을 후원할 만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불투명한 미래 탓에 인기가 시들해졌다”면서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고, 한국이 훌륭한 성과를 거둔다면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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