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회
충남 당진이 고향인 우리 어머니는 여덟 남매 중 넷째딸이시다. 내가 시집올 무렵에는 이모 두 분과 외삼촌 두 분이 살아계셨다. 그때에도 동기간에 우애가 깊어서 경조사에 모두 모이곤 했다. 지금은 여덟 남매 중 외삼촌 두 분만 남아계신다. 큰 외삼촌께서는 집안의 웃어른으로 중심이 되셔서 두루두루 살뜰히 챙겨주신다. 가족들이 전국에 흩어져 지내니 경조사에만 만날 수 있는 게 아쉽다는 큰 외삼촌의 뜻에 따라 모이기 시작했다. 한 뿌리에서 가지를 뻗어 넝쿨을 이뤘으니 더 번성하라는 의미로 이름을 ‘넝쿨회’라 지었다.
당진에서 터를 잡고 농사와 과수원을 하는 사촌은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면 트럭에 사과를 가득 실어와 집집마다 나눠 준다. 또 다른 사촌은 쪽파와 배추 등 농산물을 나누어 주는데 농사일이 힘든 걸 알기에 고맙기 그지없다. 신촌의 터줏대감이 되신 제일 큰 아주버님은 늘 인자한 웃음과 넉넉한 품새로 동생들을 품어주신다. 강화에 터를 잡은 막내 이모님과 큰 형님은 동기간을 두루 살피고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내셨다. 내게도 잔정을 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인천에 사는 큰 시누님 내외와 작은 시누님 모두 평생을 교직에 헌신하셨고 교장으로 퇴임하며 교육훈장도 받으셨다.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며 봉사하는 삶을 이어가고 계신다. 다른 사촌들도 사업가, 대학교수, 지역의 일꾼으로 성장해 모범이 됐다.
10년 넘도록 2대가 모이다가 자식들이 커서 짝을 이루니 자연스럽게 3대로 이어졌다. 일 년에 두 번 모임을 갖는데 일흔 명 정도 모이니 누가 보면 동호회 행사인 줄 안다. 외사촌끼리 이렇게 모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벌써 20년도 더 지났고 그간 3대가 또 짝을 이뤄 4대로 연결됐다. 한 가지에서 뻗어나 넝쿨을 이루어 열매를 맺고 4대로 이어져 이제 100명을 넘어섰으니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곳에서 돌아가며 만나고 있다. 어느 곳에서건 모이는 날이면 서로 반기고 다독이는 화기애애한 모습에 주위에서 모두 부러워한다.
한 가족이 이렇듯 삶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모임을 이어가는 것은 핵가족 중심으로 사회가 흘러가는 상황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대가족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타인을 위한 배려도 줄어들고 있는 요즘, 우리 가족의 화합된 모습이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
이명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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