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에 청년 고용절벽 심화
대졸자 많지만 일자리 태부족
미래 맞춤형 교육 투자 시급
디지털 직업훈련 놀라운 성과
‘K디지털대학’ 개설 검토할 때
청년 목소리 반영할 제도 필요
우리 경제에 성장엔진이 식어가기 시작한 지 사반세기나 지났다. 사달이 난 걸 잘 모르기도 했고 알고도 모르는 척했다. 1960년대 초부터 첫 30년간은 연평균 7% 이상의 고도성장을 누렸다. 이후 25년 이상은 5년에 1%포인트씩 성장률이 하락하는 이른바 ‘김세직 법칙’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7%를 웃돌던 성장률은 이제 2%대로 추락해 있다. 대체로 보면 5년 단임의 다섯 정권이 마이너스 1%포인트씩 공평하게 기여했다.
2020년 현재 우리 경제는 청년을 고용하지 못한다. 꿈을 주지도 못한다. 코언 형제의 영화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으나 현실엔 ‘청년을 위한 나라’가 없다. 청년은 노동시장 진입 시 경험 부족으로 취직도, 창업도 어렵다. 수많은 청년이 직업이나 훈련에서 분리돼 있다. 청년의 초기 방황은 저고용·저임금·비정규직으로 이어져 오래 계속되는 상처가 된다. 젊은이들이 경제적 압박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대졸자가 많다. 문제는 수요가 그 공급을 한참이나 밑돈다. 대졸자가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태반 부족하다. 자동화 가능한 일자리는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대체돼 청년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의 변화에 맞게 교육부터 변해야 한다. 학교가 암기와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배양하는 터전으로 탈바꿈돼야 한다. 새로운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인적 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만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추구하지 않으면 경제는 평범으로 회귀해 정체된다. 이는 세계 상위권에 자리한 우리 경제의 퇴보를 의미한다.
시의적절하게도, 고용노동부는 지난 3년 이상 우리 젊은이들에게 고급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전공의 동료 교수 15명과 함께 ‘빅데이터와 핀테크’ 과정 직업 훈련을 해 오고 있다. 매년 30명의 대졸 실업자 또는 졸업 예정자를 선발해 총 7개월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 첫 5개월에 걸친 컴퓨터 코딩, 데이터 사이언스, 빅데이터, 딥러닝, 암호와 블록체인, 핀테크, 창업의 이론 교육 및 영역별 전문가 특강에 이어 마지막 2개월 동안은 기업 연계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올해도 훈련생들은, 자동차 사고 동영상으로부터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계산하고, 통계 기법을 적용해 고객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고, 영상으로 찍힌 중고 물품에 흠결이 있는지 알아내고, 국문과 영문으로 된 수많은 경제 뉴스를 자동으로 요약하고, 환자의 산소·혈압·맥박을 모니터해 위급 상황을 미리 알려주며, 석연치 않은 은행 거래를 조사가 필요한 건과 그렇지 않은 건으로 설명과 함께 자동 분류하는 등 소규모 팀별로 가히 놀랍기 그지없는 성과를 이뤄냈다. 단지 5개월의 교육과 2개월의 프로젝트가 협력해 만든 산물이다. 우리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면 이들은 무엇이든 해내고 만다.
내친김에 우리 경제를 위해, 또 다음 세대를 위해 두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해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디지털 교육은 필수적이다. 고급 디지털 분야만큼은 한국이 세계 최고의 교육 현장이 되게 하자. 최고 수준의 디지털 강의가 우리의 벤처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게 하자.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AI의 최고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꾸린 가칭 ‘K디지털대학’을 개설하자. 여기에서 K는 ‘Korea(한국)’와 ‘Knowledge(지식)’를 함께 의미한다.
청년도 위하는 나라를 만들자. 정치가 문제니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는 도구를 마련하자. ‘기성세대를 위한 정책’과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이 조화를 이루게 하자. 그러려면 현세대와 차세대의 투표권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고령화는 자연스럽게 청년 대비 노인의 투표권 비중을 높인다. 균형을 회복하려면 인위적으로라도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한다. 투표 가능 연령을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겠지만, 무한정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안으로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고 미성년자의 경우 그 행사만큼은 친권자가 하도록 하면 어떨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나라의 장래를 위한 정책과 정권에 투표하지 않을까. 인구 고령화 시대에 경제만큼은 젊어지게 하는 논의를 이제라도 시작해야 할 때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