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치 시급한데 여당은 또 일방 통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적 위기감이 커지고 여야 협치에 대한 목소리 또한 커진 가운데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선임 건을 놓고 다시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8월 말까지 선임해달라고 촉구하며 법 개정도 검토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것과 관련, 통합당은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 소원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백혜련·김종민·박주민·소병철·최기상 의원 등은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당의 몽니가 지난 20여 년간 분출돼 온 국민의 열망과 논의의 산물인 공수처 출범을 막고 있다”며 “8월 말까지 가시적 움직임이 없다면 결국 통합당에서 공수처를 출범시키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법률 개정 부분을 적극 검토하고 발의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실제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이날 오후 사실상 야당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후보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지난 23일 통합당에 공문을 보내 정기국회 개회식(내달 1일) 전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통합당은 21대 국회 개원 이래 공수처법의 위헌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위헌 심판 결과를 확인한 뒤 추천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지역민방 특별대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듣는다’ 인터뷰에 출연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이 와있고 (통합당은) 위헌 결과를 보고 하자고 하는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추천권을 빼앗는 법안을 내겠다고 하고 있다”며 “양심이 있다면 그런 법을 안 낼 것이라고 본다. 내게 된다면 거기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의 이 같은 입장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위헌 심판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여당에서 섣불리 공수처 출범에 나섰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헌법 소원 심판의 경우 세 달째 제자리다. 유상범 통합당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이 지난 5월 11일이고 같은 달 26일 재판부에 회부된 뒤로는 진행 상황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다만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출범을 강행할 경우 통합당으로서도 계속 버티기 전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임시국회 부동산 대책 입법 과정에서도 통합당은 본회의장 반대토론 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법안 통과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이에 통합당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법안 개정 강행 시 추천위원을 추천해 다음 상황을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주 원내대표는 추천위원 선정 작업 진행 상황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준비했다”며 “민주당이 법을 바꿔서 자신들이 몽땅 추천위원을 선임하려는 상황이 오면 저희가 추천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 않냐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당연직 3명과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하는 위원 2명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각 1명씩, 여야 교섭단체가 각 2명씩 추천하는 후보추천위원에 의해 결정된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수처장을 임명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말 여당 몫 추천위원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상임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박경준 변호사와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한 바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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