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 세포가 감지하니 매운맛은 곧 고통이기도 하다. ‘고통’은 ‘苦痛(쓸 고, 아플 통)’이라 쓰는데 매운맛의 대명사인 고추가 본래 ‘고초(苦椒)’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椒’는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에 붙는 글자이니 ‘고초’는 쓴맛도 포함한 매운맛의 향신료란 뜻이다. 고추 말고도 번초, 당신, 당초, 왜개자, 향초, 진초, 해초 등 여러 이름이 있지만 역시 고추가 가장 어울린다.
이 작물은 임진왜란 무렵에 이 땅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후 이 작물 덕에 김치는 붉은색을 띠게 되었고 이전에는 없었던 고추장도 생겨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 고추가 우리의 밥상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우리 음식의 색깔이 붉은색 일색으로 바뀌었고, 맛도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으로 바뀌었다. 향신료 중 하나에 불과한 작은 고추가 우리의 음식 문화와 ‘맵다’의 쓰임을 바꾸어 놓았다.
향신료가 약의 일종이듯이 고추 또한 약리작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약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감기에 효능이 있다는 말도 있으나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미 음식만으로도 충분한, 아니 넘치도록 많은 고추를 먹는다. 짜게 먹는 것만큼이나 나쁘다고 의사들이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사용량은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은 고추가 너무도 탐욕을 부린다. 오늘날 그 사용량이 너무 맵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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