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장한 사운드와 조화 압권
4개월 동안 수정 거듭하면서
물의 物性 잡아내기위해 애써
“지친 도시인에게 위안 되길”
파도가 솟구칠 때 장쾌함이 온몸을 감싼다. 6m 높이의 벽면을 타고 올라간 파도는 사라졌다 금세 다시 솟아오른다. 우르르 쏴 ~, 물결이 거세게 부서지는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린다. 미디어아트 ‘스타리 비치(Starry Beach)’는 가상인 줄 알면서도 실제 바다처럼 느끼게 한다. 전시 공간을 암실로 만든 상태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파도가 반짝이는 해변 풍경은 초현실적이다.
아티스트 팀인 에이스트릭트(a’strict)가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가 전시관(K3)을 작품에 맞게 꾸며 이들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9월 27일까지 계속될 전시는 감염병 재확산으로 동시 관람객 수를 10명으로 제한해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관람 여건은 악화됐지만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혁신적 미디어아트가 당대 관객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일상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로 파도를 택했어요.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고 위안을 받는 작품을 만들고 싶거든요.”
이번 작품에 참여한 이성호 디스트릭트(d’strict) 대표는 이런 바람을 전했다. 에이스트릭트는 상업디자인으로 자리 잡은 디스트릭트의 미디어아트 유닛이다. 보통 7∼8명이 팀을 꾸리는데 팀원은 작품에 따라 달라진다. “저희 회사가 커머셜 디자인을 오래 해 왔는데, 예술 영역에서 보다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유닛을 결성했지요.”
디스트릭트는 지난 5월 서울 코엑스 대형 LED 스크린에 미디어아트 ‘WAVE’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평면 스크린에서 입체감을 구현하는 ‘애너모픽 일루션(anamorphic illusion)’ 기법으로 강렬한 시각 효과를 제공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에이스트릭트가 결성됐다.
“이번 작품에서 바다의 다양한 모습을 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시도했습니다. 기존 3D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도 미디어 서버는 저희가 제작해 독자적인 영상을 만들었지요.”
이상진 부사장은 4개월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물의 물성(物性)’을 잡아내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보는 이의 몸이 물에 젖지 않으면서도 흠뻑 빠진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그런 노력 덕분이다.
에이스트릭트는 평범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데 가치를 둔다. 단순히 시각적 자극에 머물지 않고 보는 이가 자기만의 사유를 할 수 있게 이끌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스타리 비치’는 그런 꿈의 첫 출발지이다. 그들의 작품 여정은 어디로 흘러갈까. 에이스트릭트 자신도 미리 알 수는 없을 것인데, 이 대표는 이런 말로 자신들의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백남준 선생을 잇는 세계적 브랜드가 목표입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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