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독립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중국과의 연관성을 낮추는 새로운 여권을 발급할 계획이다. 대만 외교부는 2일 여권 앞면에 대만 헌법에 따른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이라는 영문 표기를 없애고 대만(TAIWAN)이라는 영문만 대문자로 크게 표기한 새 여권 이미지를 공개했다.

대만은 1945년 일본으로부터 중국으로 통치권이 넘겨졌다. 4년 후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蔣介石)는 중화민국과 그 기관들을 대만으로 옮겼다. 대만은 이후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정치적 관계를 맺지 않아 왔다. 그러나 중국 본토로부터 가져온 헌법과 국기, 국가기관과 함께 중화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유지했다. 중국은 여전히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외국과 다국적 기업들에 대만을 중국 영토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이 절대로 양도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사실은 대만 민진당이 어떤 ‘꼼수’를 쓰든 상관없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0여 년 전 대만이 여권 표지에 ‘대만’이라는 영문을 추가하자 격렬하게 분노하며 대만이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려 한다고 비난했었다.

중국은 대만 여권을 인정하지 않고 본토로 여행하는 대만 시민들에게 중국이 발급한 문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도입되는 새 여권은 대만 여행객들과 중국 여행객들 간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조셉 우(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 장관은 말했다. 그는 외교부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외국 정부, 공항, 항공사, 출입국 관리 당국에 변경 사항을 통보하고 새 디자인의 샘플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여권 디자인 변경은 지난 7월 입법부가 채택한 결의안에서 의무화됐는데, 이 결의안은 중국 국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공사(Air China)와 혼동된다며 대만 국영 중화항공(China Airlines)의 로고를 변경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박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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