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강화에 줄도산 위기

서울 종로에서 2대째 한복점을 운영하는 이모(66)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엿새째인 4일 오전 텅텅 빈 가게를 보며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8∼9월부터는 결혼식이 몰리고 명절을 앞둬 대목을 맞지만, 방역 당국의 고강도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 거리두기 2.5단계로 매출 타격을 실감한 자영업자들은 점점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날벼락을 맞는 고통”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달 들어 하루 매출이 150만 원에서 20만 원대로 떨어진 종로구 인사동의 24시간 순댓국집 주인 박모(54) 씨는 “적어도 3∼4일 전에는 지침이 공지돼야 식자재 구매와 인력 운용에 대비할 수 있는데 매번 매우 급하게 통보되니 손해를 다 떠안는다”고 토로했다. 2주 넘게 영업이 정지된 마포구의 한 PC방 업주도 “목숨줄이 달린 일인데도 정부가 협조를 구한다기보다 단순히 밀어붙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줄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영업이 금지된 대형 학원과 PC방, 노래방,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월세를 감당 못 해 빚을 내 생계를 잇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관악구의 한 대형 독서실 주인은 “이달부터 월세와 환급금액, 생활비를 대출로 막아야 할 판”이라고 귀띔했다. 인사동 인근의 한 PC방 업주도 “500만 원이 넘는 월세 등을 감당하지 못해 아이들 통장에까지 손을 댔다”면서 “사후에라도 보상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총 1328조2000억 원으로 직전 분기 말보다 69조1000억 원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매출 하락을 빚으로 돌려막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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