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인간관계 손절’ ‘인맥 다이어트’의 시대입니다. 인간관계 지침서가 쏟아져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무게중심이 관계 ‘맺기’에서 관계 ‘끊기’로 확연하게 이동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솔직한 척 무례했던 너에게 안녕’(솜숨씀 짓고 그림)과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박상미 지음·이상 웅진지식하우스)가 출간됐습니다. ‘칠 건 치고 둘 건 두는 본격 관계 손절 에세이’(‘솔직한 척…’),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관계에도…’)이라고 붙은 부제만 봐도 이들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손절(損切·loss cut)은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것을 뜻합니다. 애초부터 ‘나’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 목표인 셈입니다. 이들 책에는 이를 위한 ‘실전형 지침’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솔직한 척…’에서 현직 출판사 편집자인 저자는 “‘알고 보면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고 조심성이 없었다”면서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인 걸 ‘알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데 쏟아부을 체력도, 시간도 이젠 없다”고 선언합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당신 하나만 참으면 모든 게 순조로울 것’이라고 암시하는 사람들을 향해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지만, 너한테나 좋은 거지”라고 일갈합니다. ‘관계에도…’의 저자도 “나의 자존감을 짓밟고, 수시로 내 감정을 상하게 하는 관계는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병든 사람들”이라면서 △완벽하고 치밀하게 무대응하기 △싸우지 말기 △달래지 말기 △이해시키려 하지 말기 △보지도 듣지도 말기 등의 대응법을 제시합니다.

손절 지침서가 끊이질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온전히 살아가기가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온갖 갑질과 물리적·성적·정서적 폭력이 난무하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라도 ‘칼잡이’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비대면 소통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이런 세태는 더 큰 우려를 낳습니다. 악의 없이도 의사소통이 왜곡되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가르쳐 준 의외의 교훈, 즉 ‘나와 남은 결국 연결돼 있고, 남의 위기는 곧 나의 위기’라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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