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이혜령 글·이윤희 그림│비룡소
마녀는 어떤가. 마녀라는 존재는 동서양 어린이 모두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 동화에도 종종 마녀가 등장한다. 그런데 거의 외롭고 사납게 그려진다. 공격적이고 괴팍한 심성을 지닌 마녀의 이미지는 결말에서 그가 개과천선하더라도 독자의 머릿속에 부정적인 잔상으로 남는다. 한 명의 마녀 인물이 깨뜨릴 수 있는 편견에는 한계가 있어서 종종 “어느 이상한 아이의 사연”이 돼버리는 것이다. 중세의 마녀를 현대 동화가 가져다 쓰는 이유라면 그 도전적이고 전복적인 힘을 얻기 위해서일 텐데 ‘그 마녀’를 ‘내가 마녀, 너도 마녀’라는 단계로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은 도서관을 박진감 넘치게 활용하면서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마녀이야기를 그려냈다. 이야기는 학교 도서관의 실내와 작은 옥상을 오가면서 벌어지는데 상당히 웅장한 규모의 사건을 이 작은 공간이 다 받아낸다.
도서관 중앙에 우뚝 버티고 선 느티나무의 신령한 느낌, 옥상 텃밭의 아슬아슬한 평온함, 사람이 책이 돼 꽂혀 있을 지도 모르는 비좁은 서가의 음습함이 교차되면서 독자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 들어간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마다 무게중심처럼 자리 잡고 있어서 경쾌한 장르적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지만 사건이 풀풀 날아가지 않는다. 이윤희 작가의 산뜻하고 매력적인 그림은 독자가 이 복잡한 도서관을 내 집처럼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 소율이와 마녀 치치는 병렬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공동의 성장 서사를 쓴다. 주인공 소율이를 포함해서 ‘마녀들’까지 주요인물 전원이 여성인데 누구나 몸을 사리지 않는 격렬한 대결을 즐긴다. “가짜로 살다 보면 진짜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게 돼”라는 치치의 말과 “가짜는 금방 사라진다고요. 무서워할 필요도, 되고 싶어 할 이유도 없다고요”라는 소율이의 말은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러나 작가는 “지금이 싫고 가짜라도 다르게 변신하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과 그 안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는다. 도서관이 어린이의 에너지로 항마법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세계는 어린이의 손에 달려 있지만 위위, 보보, 양양 세 마녀는 조력의 모범을 보여준다. 백발마녀샘이라는, 우리 가까이에 있을 법한 화려한 캐릭터도 인상 깊다. 이렇게 여러 능동적인 여성 인물들을 구축해낸 것은 ‘마녀들’이라는 제목과 어울리는 성취다. 재미도 의미도 다 잡은 판타지 동화다. 156쪽, 1만1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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