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음식점의 메뉴판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것이 발견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기’자 돌림인 깐풍기, 라조기, 유린기와 ‘육’자 돌림인 탕수육, 라조육 등이다. 뭔가 관련이 있으니 이런 돌림자를 쓰는 것일 텐데 각각의 소리를 생각해 보면 조금 의아해진다. 게다가 기스면, 유산슬, 난자완스 등에 다다르면 이게 어느 나라 말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깐풍기’는 아무래도 중국어 냄새가 난다. 한자로는 ‘乾烹鷄(건팽계)’니 한국식도 아니고 규범에 따라 읽으면 ‘간펑지’니 중국식도 아니다. ‘기’자 돌림은 닭을 주재료로 하는데 ‘鷄’의 중국어 표준발음은 ‘지(ji)’인데 어찌 된 일인지 죄다 ‘기’다. 중국 산둥(山東)이 우리나라와 가장 가깝다 보니 산둥 출신 화교가 많은 까닭이다. 이들이 닭요리를 메뉴에 올리면서 자신들의 방언으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중식당의 중국어 일부는 산둥 말이다.

‘육’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한 것인데 중국식 발음으로는 ‘러우(rou)’가 돼야 하니 역시 이상하다. 아니 ‘탕수육’ 자체가 우리는 ‘糖水肉(당수육)’으로 쓰고 중국에서는 ‘糖醋肉(당초육)’으로 쓰니 발음도 한자도 다 제멋대로다. 유산슬은 실처럼 채를 쳐 만들었다는 뜻의 ‘溜三絲(유삼사)’이다. 마지막 글자의 중국식 발음은 ‘스’인데 중국 일부 지역의 발음 습관이 반영돼 ‘슬’이 됐다.

닭고기 육수에 면과 가늘게 채를 썬 재료가 들어가는 기스면은 ‘鷄絲麵(계사면)’이다. 첫 글자는 산둥식으로 읽고 두 번째 글자는 유산슬과 같은 글자인데 ‘스’로 읽는다. 마지막 글자는 우리의 한자음대로 읽는다. 한국어와 중국어 그리고 산둥 방언의 ‘짬뽕’이 중식당의 음식 이름인 것이다. 이상하다거나 엉터리라고 탓할 일이 아니다. 흔히 ‘중국집’이라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 땅에 터를 잡고 ‘우리 음식’을 만들고 팔아온 결과일 뿐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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