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종 산업부장

여당은 기업규제 立法 퍼붓고
경쟁 당국은 무차별 기업 압박
재계 호소엔 귀 막고 포퓰리즘

시장과 기업 적대시하는 기류
코로나 충격 더해 정치 리스크
소통·協治 없인 경제 회생 난망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약속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 사연으로 통화한 3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뉴스를 접하면 겁부터 난다.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기업 규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기업 환경 개선은커녕 기업을 도둑놈 취급하는 것 같다. 재계 단체가 호소하고 애원해도 수용하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정부가 어디 있나.”

그의 우려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총선 압승 이후 거여(巨與)의 행태는 그런 논란을 낳기에 충분하다. 제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정부 개정안 및 여당 발의 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재계가 법 시행으로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으며 담합 관련 고발의 남발, 이중처벌 등 혼란을 초래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신중한 접근을 호소해도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삼성 해체법’으로도 불릴 만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만 20조 원이 넘는다.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은 마이너스 3.2%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기업들은 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로 구조조정을 거듭하며 빈사(瀕死) 상태다. 이런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국회 발 입법 리스크가 분명한데도 후폭풍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란 외피를 쓰고 표심만 자극하면 된다는 포퓰리즘적 발상 아닌가.

이뿐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이익을 공유한다는 협력이익 공유제,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과 노조전임자의 임금 지급 금지 규정 삭제를 담은 노동조합법, 복합쇼핑몰 등의 영업제한 대상 포함(유통산업발전법), 지역상생법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슈퍼 여당이 쏟아낸 규제관련법안만 이미 4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모두 뜯어 보면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한쪽을 겁박해 한쪽을 채워주는 듯싶고 결국에는 모두를 공멸(共滅)로 몰 수 있는 악성 규제가 많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붓고도 실업자를 대거 양산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인 정책 실패에 반성은커녕 앞으로도 같은 정책 기조와 흐름, 사고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의욕의 연장선상이다. 한 번도 검증하지 않은 정책을 교보재(敎補材) 쓰듯 시험해 보고, 실패란 자명한 결과를 낳았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두둑한 배짱과 용기가 놀라울 뿐이다.

최근 무소불위로 완장을 찬 듯 기업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과징금과 고발 조치를 휘두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하면 “왜 이러나”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풀릴 터이다. 수십 차례 정책 처방이 오류를 거듭하면서 경제학자의 76%가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했다”고 질타한 사례나, 스스로 외부 권고를 받겠다고 해놓고 철저히 무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강행 역시 반시장, 반기업 행태가 초래해 오랜 부작용을 야기할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관(官)은 오직 치(治)하기 위해 존재하며 기업과 시장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짓눌러 한쪽의 표심만 의식하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이 정부 초기 우려했던 신관치의 망령(亡靈)이 오히려 집권 후반기 들어 더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채무가 2001년 122조 원에서 올해는 839조 원으로 6.9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같은 기간 17%에서 44%까지 급등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한국납세자연맹) 현 정부 들어 현금 뿌리기, 선심성 지출 시비는 더 가열됐다. 세수는 급감하는데 곶감 빼먹듯 재정 지출만 늘려 땜질식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악전고투하는 기업들에는 세계 각국의 인하 흐름과는 정반대로 법인세를 올려 경쟁력을 옥죄고 있다. 그런데도 소통과 협치, 자유시장 경쟁 기능과 기업가 정신의 존중, 투자 의욕 증대를 위한 규제 혁파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총체적 난국에 처한 경제 회생의 해법과 실마리를 찾을지 망연자실할 뿐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스킨십이 빠진 비대면(非對面) 세계에서는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김명자 ‘팬데믹과 문명’)는 지적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