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미대사 ‘親中 발언’ 논란
문재인 정부 외교전략 반영
주재국 자극 ‘비외교적 수사’
외교가 “걸어다니는 야심”
“외교장관 기용 염두”해석도
이수혁(사진) 주미 한국대사가 “한·미 동맹이 한·중 관계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발언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전략을 투영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외교가에서는 주재국을 공연히 자극하는 비외교적인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사가 차기 외교부 장관 기용을 염두에 두고 문 정부의 코드에 맞는 발언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 대사는 3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 화상 대담행사에서 “우리는 안보의 관점에서 한·미 동맹에,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중국에 기대고 있다”며 “어떤 한 요소가 다른 요소에 비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는 만큼 두 요소는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가 안보만으로 존속할 수 없다, 경제활동이 안보만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은 최근 미·중 갈등을 신냉전에 버금가는 파워게임으로 규정하고 동맹국이 미국에 동참해 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 대사의 발언은 문 정부의 외교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미국의 동참 요구를 일축하고,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걷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7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주재로 열린 범부처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확인됐다. 회의에서는 ‘확대협력 외교’ ‘일관성 있는 외교’ ‘전략적 경제외교’라는 3가지 외교전략 방향이 제시됐다.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한·미 동맹에서 공유되는 가치를 언급하는 대신 가치 중립적인 수사를 동원해 ‘무(無)선택’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대사의 발언은 문 정부의 대미 전략을 투사하는 차원을 넘어, 과도하게 비외교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사는 지난 6월에도 “일각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발언해 한·미 관계에 잡음을 일으켰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사의 잦은 설화가 대미 메시지라기보다는 차기 외교부 장관 기용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행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외교부 안팎에서 이 대사를 ‘걸어다니는 야심’이라고까지 표현한다”면서 “미국으로부터 동맹국인데 그럴 수 있냐는 항의를 받는 것보다 청와대의 사상 검증 통과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고 평했다.
김영주·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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