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비(法匪)는 불리하다 싶으면 법추(法鰍)가 된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전 법무부 장관)가 2016년 12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해 던진 일침이다. 전문지식을 뽐내듯 그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경한 법비라는 단어를 꺼냈다. 법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자가 법비고, 법추는 법률을 활용해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사람이다.

특수통 엘리트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이 당시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5차 청문회에서 “모른다”고 답변하자 조 전 장관은 미꾸라지 ‘추(鰍)’ 자를 갖다 붙여 대놓고 조롱했다. 이후에도 법비 언급은 이어졌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1월 트위터를 통해 “법비 조윤선이 특검에 출두한다”며 “특검은 법의 정신을 왜곡한 이들의 죄상을 염라대왕의 엄격함으로 파헤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는 아예 마귀 ‘마(魔)’ 자를 써서 “법마(法魔) 김기춘”이라고 불렀다.

3일 조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 심리로 열린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4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재판에서 “형사소송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며 303차례나 증언을 거부했다. 형소법 148조는 친족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는 “형사법 학자로서 진술거부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는 주장까지 늘어놓았다. 하지만 국민은 일가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개되자 “재판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한 조 전 장관의 과거 언급을 기억하고 있다. 결국 이날 법정에서 그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법 지식을 활용해 휴지 조각처럼 내팽개쳤다. 과연 누가 법비·법추, 법마인가. 법귀(法鬼)라고 지칭해도 할 말이 없을 듯싶다.

염유섭 사회부 기자 yuseob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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