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3종의 뉴딜 펀드를 조성해 ‘뉴딜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의 확대재정 투입과 저금리 정책에 따른 시중의 유동자금을 투자로 흡수해 경제 활성화를 하겠다는 의도다.

‘정책펀드’는 정부의 3조 원과 정책금융기관 등 7조 원을 모(母)펀드로 하고, 민간 금융기관·연기금·민간의 13조 원을 자(子)펀드로 하여 뉴딜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다. 민간 투자의 안전성을 위해 펀드의 손실 발생 시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출자분으로 우선 부담한다. 민간의 ‘뉴딜 인프라펀드’는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기존의 민간 공모펀드가 뉴딜 분야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며, ‘민간 뉴딜펀드’는 투자 친화적 환경을 만들어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금융기관의 100조 원과 민간 금융기관의 70조 원으로 뉴딜 투자를 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두 가지 점을 짚어보자. 우선, 뉴딜 기업을 뉴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한다면 뉴딜 프로젝트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물론, 정부 관료들이 이런저런 자료와 전망을 바탕으로 목록을 작성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사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느냐이다.

경제 활성화가 성장을 의미한다면 성장은 단순한 산출 증가가 아니라 부(富)의 증가이며, 부는 소비자들이 산출물에 부여하는 주관적 가치다. 그런데 자본가·기업가는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이윤과 손실을 경험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이다. 돈을 벌기도 하고 손해 보기도 한다. 또,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진다. 반면, 정부는 소비자들이 어떤 산출물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윤과 손실 시스템에서 활동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판단을 앞세운 경제정책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다. 따라서 정부가 뉴딜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정부는 투자 실패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

다음으로, 정부 주도 투자가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의 처분 문제다. 민간인들의 손실은 자신들이 지겠지만, 정부 재정 손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귀착된다. 또 허망한 정부 정책에 동원된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 연기금 등은 부실을 떠안게 될 것이다. 부실 구제를 위해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면, 이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라 곳간은 이미 빚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원조 뉴딜 정책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을 빠져나오기 위해 시행한 것이다. 그런데 뉴딜 정책은 통화 공급의 증가에서 발생한 대공황의 골을 깊고 길게 했을 뿐이다. 불황은 정부에 의한 시장 왜곡을 시장의 자체 조정에 의해 고치라는 신호인데, 정부가 개입해 더욱 왜곡시켰다. 혹여 뉴딜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정책을 본뜬 것이라면, 그것도 오해다. 당시 정책은 사유재산 보호, 사기업 위주 성장, 수출 주도, 해외 차관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 일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가 시장경제를 활용해 민간의 경제 활동을 도운 것이다. 저발전 경제에서 사업 기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던 점도 도움이 됐다.

온갖 자금원을 끌어들여 그간의 정책 실패를 만회해 보겠다는 뉴딜 정책은 무망(無望)하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경제 정책을 폐기하고 시장경제를 창달하는 것이 망가진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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