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이 2002년 LPGA투어 웬디스챔피언십 3라운드 18번 홀에서 극적인 파 퍼트 성공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갤러리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LPGA 홈페이지 캡처
김미현이 2002년 LPGA투어 웬디스챔피언십 3라운드 18번 홀에서 극적인 파 퍼트 성공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갤러리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LPGA 홈페이지 캡처
마지막날 한희원과 박빙 승부
17번홀 파3 통한의 더블보기
18번홀 피말리는 1타차 접전
대담한 2m 파 퍼팅으로 우승


2002년 8월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타탄필즈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웬디스챔피언십. 현재 LPGA투어는 상당수가 4라운드로 치러지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3라운드로 승자를 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해 웬디스챔피언십에서는 ‘슈퍼 땅콩’ 김미현이 주목을 받았다. 김미현은 박세리 이후 LPGA투어로 건너간 2호 한국 선수. 김미현은 LPGA투어 진출 첫해였던 1999년 2승을 거두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미국 유학파 박지은도 가세했다. 김미현과 박세리, 박지은은 1990년대 말 LPGA 무대에서 코리안 ‘빅3’를 형성했고, 그 뒤를 한희원과 박희정 등이 따랐다.

김미현은 웬디스챔피언십 2주 전 자이언트이글클래식에서 짜릿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3년 만에 2승 도전에 나선 김미현은 2라운드까지 9언더파로 선두를 질주했다. 김미현은 후반 중반까지 챔피언조에서 동반 라운드를 가진 한희원에게 3타 차로 앞서갔다.

하지만 김미현의 통산 5승 도전은 쉽지 않았다. 마지막 날에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김미현은 타수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끈질기게 선두를 지켰다.

그런데 김미현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파 3홀인 17번 홀이었다. 148야드짜리 아일랜드 홀이었다. 김미현은 5번 아이언을 잡고 회심의 샷을 했다. 하지만 두껍게 맞은 공은 그린에 못 미쳐 물에 빠지고 말았다. 판단 미스였다. 김미현은 그린 중앙을 겨냥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오른쪽 깃대로 목표 지점을 수정했다. 반면 한희원은 무난히 그린에 공을 올렸다.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고개를 흔들며 김미현은 그린 앞 드롭 지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경기위원은 비디오 판독을 한 뒤 “공이 그린 앞 둔덕을 맞고 물에 빠진 것이 아니라 직접 빠진 샷이어서 티박스에서 다시 샷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현은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이 다행히 그린에 올랐지만 더블 보기를 감수해야 했다. 한희원은 이 홀을 파로 마쳤다. 결국 17번 홀에서 1타 차로 스코어가 좁혀졌다.

마지막 한 홀을 남겨두고 유리한 쪽은 한희원이었다. 김미현은 이미 정신적으로 흔들렸다. 김미현은 18번 홀(파4)에서의 세컨드 샷이 예상보다 길어 그린을 지나 갤러리 스탠드 앞에 떨어졌다. 한희원은 그린에 공을 올려놨지만 2단 그린 앞단, 홀과는 14m 떨어진 지점에 멈췄다. 한 번에 넣기에는 다소 멀었다. 하지만 김미현의 실수가 나온다면 연장전이나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김미현은 무벌타로 공을 드롭한 뒤 칩샷으로 홀 2m에 보냈다. 1타차 박빙의 상황에서 나름 좋은 결과였다. 한희원은 파로 경기를 먼저 마쳤다.

이제 김미현의 퍼트만 남았다. 그린 주위의 모든 갤러리도 숨을 멈춘 채 김미현의 퍼트를 지켜봤다. 김미현의 파 퍼트는 홀을 향해 라이를 따라가면서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슬아슬하게 1타차로 김미현이 승리하자 갤러리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미현의 스코어는 합계 8언더파 208타였다.

김미현의 경기는 늘 그랬다. 통산 8차례의 LPGA 우승 중에서 플레이오프로 아슬아슬하게 우승한 경우가 3차례, 1타차로 간담이 서늘하게 우승한 경우가 4차례나 됐다. 나머지 한 번의 우승이 2타 차였다. 2000년 9월 세이프웨이챔피언십에서는 장정과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겼다. 작은 체구에도 김미현은 늘 다이내믹한 승리를 얻어내곤 했던 LPGA의 작은 거인이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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