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업체 78곳 분석
코로나 장기화로 실적 폭락
43곳이 상반기에 영업손실

완성차 노조는 투쟁 예고
“획기적인 변화 없으면 공멸”


자동차 변속기 및 케이블 등을 생산하는 부품업체 A사의 지난해 말 직원 수는 1100여 명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실적 부진 여파로 올해 들어 150명 이상을 감원했다. 상반기가 지난 뒤 A사 직원은 1000명 미만으로 줄었다. 차량 내장재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B사는 직원 수가 지난해 240여 명에서 현재는 180명으로 줄었다.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60여 명을 감원했다.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란 위기 상황인데도 불구, 국내 완성차 노조들은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비롯한 강경 투쟁만을 예고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7일 문화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토대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 78곳의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 및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비교·분석한 결과, 54곳(69.2%)이 올 상반기에 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차량 시트 관련 부품업체 C사는 직원 120여 명 가운데 20여 명을 내보내야 했다. 앞서 현대차 1차 부품협력사 ‘지코’는 지난 7월 대전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지난달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상반기에는 경북 경주시 소재 현대차 2차 협력사 ‘명보산업’이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부품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실적 폭락 때문이다. 조사 대상 78개 부품 상장사 중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곳은 68곳(87.2%), 영업이익이 떨어진 곳은 65곳(83.3%)에 달했다. 특히 이들 78곳 중 43곳(55.1%)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5곳(32.1%)은 지난해 상반기 흑자에서 올해 상반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인 18곳 중 12곳(66.7%)은 영업손실 폭이 더 커졌다. 나머지 6곳은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과 비슷했다.

실제로 범퍼, 펜더 등을 생산하는 D사는 지난해 상반기 3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올 상반기에는 반대로 300억 원을 웃도는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자동차 새시(Sash)와 차체 부품을 만드는 E사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지난해 상반기 15억 원보다 20배로 증가한 3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35곳조차 대다수는 실적이 나빠졌다. 35개사 중 28곳(80.0%)의 영업이익 폭이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에서 올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한 업체는 단 1곳(2.9%)에 불과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사정도 특별히 나을 게 없다. 8월 현대차 총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판매는 5.2%, 르노삼성차는 41.7%, 쌍용차는 19.9% 줄었다.

반면 국내 완성차 노조들은 강경 투쟁만을 예고하는 처지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0% 찬성률로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도 ‘양보 없는 교섭’을 공언하고 있다. 이들 3사 노조 간에 연대 움직임까지 감지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업계 노조가 강경한 행위를 이어간다면, 기업은 비용 부담을 줄이려 구조조정을 확대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노조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고용 유지인데, 이 상황에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은 현실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며 “노조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자동차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이정민 기자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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