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외무, 조사에 협조 않으면
‘노르트스트림2’ 포기 첫 시사
獨 정계서도 “러와 관계 정리”
양국갈등에 EU도 제재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을 놓고 독일과 러시아 간 갈등이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독일 정부 관계자가 숱한 장애물에도 이전까지 공고하게 추진됐던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2’ 건설사업의 중단 가능성을 6일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 나발니 사태가 러시아와 유럽연합(EU) 간 외교관계에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독일 빌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나발니의 독살 사건에 대한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노르트스트림 2에 대한 우리 입장을 바꾸도록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 고위 관료가 노르트스트림 2 건설 중단을 시사하는 발언을 직접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발니의 독살 미수 사건과 노르트스트림 2 건설사업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도 차이가 있는 발언이다.
또 마스 장관은 “러시아 정부가 앞으로 수일 내에 협조 요청에 대한 답이 없다면 독일은 다른 나라들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러시아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는 “제재에 대해 생각할 때 최대한 정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여 독일 및 EU가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노르트스트림 2는 러시아의 에스토니아 접경도시인 나르바에서 발트해를 통해 독일 북부까지 천연가스관을 하나 더 연결하는 사업으로, 현재 공정이 90% 정도 이뤄진 상태다.
마스 장관의 발언 외에도 독일 정계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차기 대표 선거에 출마한 집권 기독민주당(CDU) 소속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하원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로 반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총리로 유력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은 같은 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동·유럽 및 우크라이나의 안보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노르트스트림 2 사업은 항상 내키지 않는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노르트스트림 2의 주주위원회 위원장직과 해당 사업의 주축 기업인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 가스프롬 고문직을 맡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지 언론 아우크스부르크알게마이네차이퉁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4%가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 국영기업 자리를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독일이 이번에는 노르트스트림 2를 중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독일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점령 등으로 러시아 제재에 일부 동참하면서도 노르트스트림 2만큼은 지켜내려 해왔다. 독일이 5년 전 발생한 연방의회 해킹사건과 지난해 베를린에서 발생한 조지아인 살인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도 외교관 2명 추방 정도에 그친 이유다. 하지만 독일 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이 EU 순회의장국을 맡은 만큼, 독일의 입장 변화가 EU 전체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