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원금 보장에 세금 혜택까지 제시한 뉴딜펀드가 출시도 되기 전에 예상대로 자본시장을 왜곡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뉴딜펀드 발표에 이어 7일 한국거래소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을 대상으로 한 ‘K뉴딜지수’ 5개를 내놓으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해당 종목에 정부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이 지수를 토대로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오고, 투자자가 많아지면 해당 종목 주가는 실물 실적과 무관하게 급등하게 된다. 벌써 수혜주로 지목된 종목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이상 과열 현상이 벌어진다. 대통령이 오를 종목을 찍어준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낸 결과다.

외국계 증권사인 CLSA는 같은 날 한국 관련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뉴딜펀드 조성으로 이미 불붙은 BBIG 성장주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정부가 큰 거품(big bubble)의 선봉에 섰다”고 개탄했다. CLSA는 심지어 보고서에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는 제목을 달았을 정도다. BBIG 종목을 주로 담은 이번 K뉴딜지수는 흡사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0년대 초의 ‘닷컴(.COM) 버블’을 연상시키지만, 당시에는 정부가 직접 펀드를 만들거나 시장을 주도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뉴딜펀드의 구축(驅逐)효과마저 우려된다. 구축효과는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 역시 “BBIG 지수에 담긴 기업들은 수혜를 보겠지만, 뉴딜펀드의 혜택에서 제외된 나머지 기업은 패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선 벌써 특정 회사가 K뉴딜지수를 활용한 ETF에 배타적 사용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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