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노동·공공개혁 아무것도 안해
2030세대가 많이 참는다 싶어
정부 비판세력‘국민’으로 안봐
고의적 반목 조장 스킬 뛰어나
정치적 자산 지키기에만 몰두
정책 인한 충격 따윈 고려안해
정치제안 거절하다 文정부 보며
중립적 지식인 역할에 회의느껴
국회는 철저히 힘의 논리 작용
시스템 전혀 안 지켜져 놀라워
‘국회 5분 연설’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윤희숙(50)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 교수 출신의 초선 의원다운 수수한 이미지다. 지역구(서울 서초갑)에서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녀 알아보는 이들이 드물다. 지난 2일 파워인터뷰를 위해 문화일보 본사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사진기자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회색과 검은색 계열의 복장으로 비서도 대동하지 않은 채 나타나는 바람에 1층에서 대기하던 기자가 윤 의원을 놓칠 뻔했다. 윤 의원은 “지난 4·15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윤 교수는 외모가 서민적이니 비례대표 의원보다 지역구에서 뛰라’고 하더라. 한 마디로 안 예쁘다는 얘기였다”는 ‘셀프디스’로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정작 본 인터뷰에 들어가자 어린 시절부터 독서로 무장된 지식인의 날카로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민감한 질문엔 잠시 뜸을 들이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러다 생각이 정리되면 속사포처럼 자신의 논리를 길게 펼친다. 그래서 인터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경제학자(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로서 보는 국회와 안에서 보는 국회는 어떤 차이가 있나.
“국회의원이란 우리와 거리가 먼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들어와 보니 열심히 하는 분들은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정해진 시스템이 너무 안 지켜진다는 느낌이다. 회기가 시작되자마자 (여당이) 날치기하는 것을 봤다. 아주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곳이었다. 반면, 룰을 지키지 않아도 책임을 지지 않는 곳이다.”
―처음 경험해 보는 지역구 관리가 어렵지는 않나.
“내 지역구인 서초구민들은 민원으로 힘들게 하진 않는다. 그저 서초구민인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달라는 것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나.
“4형제자매 중의 셋째였다. 오빠는 외아들이라, 언니는 큰딸이라, 동생은 막내라 부모의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나는 어중간했다. 하하, 좀 예민하기도 했고. 혼자 있는 시간에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나.
“그렇지 않았다. 여고 때 선생님께 종종 맞았을 정도로 심심찮게 말썽을 부렸다.”
―정치나 공직에 뜻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그럼 교수가 되고 싶었나.
“그것도 아니다. 그냥 생각 없이 살았다. 학부 졸업할 때 취직하기 무서워서 대학원에 들어갔다. 다들 유학을 가니 나도 가야 할 것 같아 유학을 떠났다.”
―서울대 경제학과 89학번이면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큰 역할을 하는 분들과 같이 공부한 것 아닌가.
“홍장표(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당시 선배가 조교 반장이었다. 조교 부반장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었고.”
―KDI 재직 시절 정치 쪽에서 제안을 많이 받지 않았나.
“제안은 많았다. 그런데 다 거절했다. 연구직이 사실 나한테 딱 맞았다. 나는 대선 캠프 같은 곳에 들어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주 싫었다. 정부를 위해서 일할 수는 있어도.”
―그러던 분이 어떻게 국회에 들어올 생각을 했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보면서다. 과연 내가 아무 편도 들지 않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정부 사람들은 공적인 마인드로 일을 하는 것인가, 과연 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예를 들자면.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2년간 30% 올린다면 누구나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경제란 없다. 뻔히 결과가 나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30% 올렸다면 경제학자로서 정부의 목적과 동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떤 목적과 동기라고 의심되나.
“보수 정권의 붕괴와 문재인 정부의 승리를 위해 돌격대 역할을 했던 노동조합과 유대를 더 공고히 하고, 권력 내부의 정치적 자산을 더 튼튼히 하는 것, 이를 위해선 경제에 충격을 주더라도 윤리 따위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 정부 사람들의 목적과 동기라고 봤다. 저들이 이러는데 나 혼자 중립적인 지식인 역할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저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국회나 언론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올바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서인 ‘정책의 배신’을 보면 ‘우리나라가 지금 전환이 요구되는데도 힘껏 버티는 저항 전환기’라고 평가했다. 어떤 뜻인가.
“대한민국은 굉장히 잘나가던 경제에서 그렇지 못한 경제로 전환됐다. 1990년대부터 이미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 매우 가팔라졌다. 경제가 잘나갈 때는 ‘파이’로 싸우는 일이 없었다, 성장이 되니까. 하지만 파이가 줄어들면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들어갈 곳이 없어졌다. 이미 자리를 잡은 세대들은 청년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이들이 바로 우리 노동계와 정치권의 386세대들이다. 이들의 네트워크가 너무 세고 이들 사이의 유대가 굉장히 강하다.”
“임대주택 지어줄테니 집사지 말라?‘서민 사다리’에 대한 개념 없는 것”
무주택자라면 자기집 갖고 싶고
아이 잘 키울 살기 좋은 곳 원해
집 소유한 순간 보수화한다 생각
현 집권층 표밭 사라진다고 봐
코로나 위기에 기업 경영 제약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어
정부 복지 지출 재정 중독 심각
고령화 오면 국가신용도 와르르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한 노동개혁을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에선 더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 같다.
“노동개혁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선 가능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개혁뿐 아니라 모든 개혁, 자기들이 약속했던 공공부문 개혁도 안 하지 않나. 그렇게 높은 지지율을 가지고 3년 반 동안 아무 일도 안 했다. 이번 정부는 너무 염치가 없다. 개혁을 죄다 씹어 먹었다.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노동개혁을 얘기하지 않는 정부는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다.”
―다음 정부도 노동계의 힘이 강력해서 노동개혁은 엄두를 못 낼 것 같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한다. 지금 청년들, 2030세대가 정말 많이 참는다 싶다. 어떤 정치 세력이든 국민의 억눌린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 즉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잘 설명하고, 세대 간 화해하는 타협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노동개혁을 해내는 정치가가 나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다시 밝아질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면 나라의 운이 다한 것이다.”
―노동개혁을 하면 ‘쉬운 해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노동계 방어 논리였다.
“아주 나쁜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이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개혁을 좌초시켰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쉬운 해고’를 하는 나라가 아니다. 노동개혁을 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정부가 왜 무능하게 그런 프레임에 넘어갔는지 다음 정부가 잘 정리해서 더 세련되고 나은 방법으로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
―윤 의원의 저서나 페이스북을 보면 재정과 부동산, 교육 등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다. 전공은 경제학인데, 석·박사 학위 주제는 뭐였나.
“석사 주제는 노동경제학이었다. 독일 노동운동사를 공부했다. 마르크스경제학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미국으로 건너가 공공경제학을 공부했다. 공공경제학은 미시경제와 재정학 얘기다. KDI 교수가 된 이후 폭넓게 공부했다. 많은 주제를 다루면서 책도 많이 읽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커버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하!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다. 예전엔 재정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 그런데 여의도에 와서 느낀 것은 이 정부 사람들은 ‘국민통합이라는 것이 아예 머리에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고의적으로 국민을 반목시킨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것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다. 그런 점에선 공약을 지킨 셈인가.”
―요새 갈라친다, 편 가른다는 말이 자주 쓰인다.
“갈라친다는 단어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알게 됐다. 이런 것에는 이 정부 사람들의 스킬이 너무 뛰어나다. 20대부터 이런 것만 연구한 사람들이다.”
―정부의 기업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나.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내년 말까지 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이럴수록 경제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도 기업 경영을 더 제약하는 나라가 없다. 무조건 살아만 있어 달라는 심정이다. 기업이 망하면 근로자가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처리해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상한’ 여당 의원만 입법하는 것이 아니다. 그 중엔 정부 입법도 있다. 이 국난에 말이다.”
―혁신성장이라는 말도 쏙 들어갔다.
“전 세계 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정답이 없다. 시장의 자율 경쟁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정부가 나선다. 혁신 선진국일수록 정부와 공무원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끔 규제를 푼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다. 우리 정부는 굉장히 안이하다. 우리가 이러고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할 수 있나.”
―‘대기업은 아무리 혜택을 줘도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무식한 얘기다. 생산성이 늘지 않는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생산성이 높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본 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은 근로자를 조금이라도 더 고용한다는 말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서 돈을 많이 벌어오면 또 다른 일자리가 국내에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부동산, 즉 아파트 가격에 어떤 문제가 있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 세계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높은 수준인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정부 들어 3년간 어마어마하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 때도 그렇고, 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은 더 많이 오르는 것일까.
“굉장히 심플하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런 구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기대감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코미디가 계속 반복된다. 공급을 늘리려면 ‘옆’의 그린벨트를 풀어야 하지만, 이 정부 사람들은 환경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러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반대만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갑자기 재건축과 재개발 정책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왜 재건축과 재개발을 죄악시하는지 이해하지 못 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진 것인가.
“정치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뉴타운 계획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다 뒤집었다. 비싼 주거지가 생기면 자신들의 표밭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집을 소유한 순간 사람은 보수화한다고 보는 것 아니겠나. 사람은 누구나 무주택자라면 주택을 갖고 싶어 하고, 주택을 가진 사람은 아이를 잘 키우면서 좀 더 살기 좋고 쾌적한 곳으로 가길 원한다. 이런 사다리를 인정해야 한다. 공공 임대 주택을 지어줄 테니 거기 들어가서 살라고 하는 것은 사다리에 대한 관점이 없는 것이다.”
―부동산을 감독하는 상시기구까지 만든다는데.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계약을 쫓아다니면서 감시하겠다는 말인가.”
―요즘 부동산 얘기를 하다가 교육 문제도 언급하는데.
“서울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지역균형, 교육정책, 기업정책 등이 다 같이 가야 한다. 단지 부동산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서울의 교육 여건이 좋고,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 해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 이것보다 큰 눈으로 봐야 한다.”
―윤 의원은 ‘재정중독’이라는 표현도 했다. 10년 뒤 우리 경제가 무사할 수 있을까.
“국가채무 비율만 놓고 보면 우리보다 더 나쁜 선진국도 많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대한 국가채무 위험 프리미엄은 한국보다 훨씬 낮게 평가받는다. 국가채무 구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싱가포르의 국가채무는 주로 대형 국가 프로젝트에 투자해서 생긴 채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쓰는 복지 지출이 많아서 문제다. 여기에 급속히 고령화까지 진행된다면 해외 투자자의 신용도는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그 길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와르르’ 무너진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부도까지 가는 것이다. 신뢰의 붕괴는 단순히 국가채무 비율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아직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정부의 정책이 좋다고 국민이 평가하는 것 아닌가.
“국민 대다수는 아직 박근혜 정부를 내쫓은 촛불시위에 대해 스스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촛불 정부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정부를 같이 바꾼 것이다. 어지간하면 문재인 정부의 편을 들고 싶은 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3년간 이 정부가 해도 너무 했다. 현재 지지율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부동산 문제도 그렇고, 경제정책 전반이 그렇고, 굉장히 오만하다. 조국·추미애, 이런 분들을 보면 국민이 일말의 애정도 못 느낄 것이다. 모든 시스템에 대한 존중이 없다. 김원웅 광복회장 같은 분만 해도 그렇다.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들이 볼 때 도저히 정상이 아니다.”
인터뷰 = 김만용 정치부 차장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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