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 잰걸음

기본 요금과 전력량 요금에
연료비 변동분 반영이 뼈대
전기요금 상한 설정 등
비상상황시 보호장치 필요

美·英 등 선진국에서 시행
환경비용 부과 여부도 관심


전기를 만드는 원재료 값이 내려가면 전기요금을 내리고, 원재료 값이 올라가면 전기요금을 올리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연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연료비 연동제는 환경비용을 원가에서 분리해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환경비용 분리부과’ 문제와 더불어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제도다.

◇소비 왜곡 방지하지만 소비자 부담 고민 =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상위 30개국 중 자원 부족 국가로서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아르헨티나, 이란 등 5개국도 연동제를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과는 자원보유 상황이 다르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은 LNG나 석탄 같은 재료를 해외에서 수입, 이를 태워 전기를 만든 뒤 국내 소비자에게 판다. 원료 값이 올라가면 가공품인 전기료가 올라가는 게 상식처럼 보인다. 항공(유류비 할증)과 가스 분야 등에서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 부문의 경우 정부가 물가안정, 소득재분배, 산업활동 지원 등의 목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2013년 11월 인상 후 7년 가까이 동결된 상태다. 이런 결과로 2014년 이후 소비자 물가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에도 전기 소비자 물가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이후에는 2년 연속 원가 회수율이 90% 초반에 머물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소비 왜곡 방지다. 값비싼 에너지원인 전기에 제값이 매겨지지 않다 보니 불필요한 소비를 초래하고 결국 경제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연동제는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에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데 이를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요금 가격 왜곡에 따른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분은 연간 약 7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체계하에서는 원료 값에 맞춰 제때 요금을 변경하지 않으니 지금처럼 연료비가 낮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기수요가 줄어든 때에도 소비자들이 곧바로 요금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원가 상승 시 한전이 대규모 적자에 놓이고, 원가 하락 시 누적 적자 때문에 전기료를 낮출 수 없다는 점도 연료비 연동제 같은 예측 가능한 요금 체계 도입 필요성의 근거로 거론된다. 공공기관인 한전의 실적 부진은 국민 부담과 직결된다.

관건은 고유가 등 원료비 인상 때 급증할 소비자 부담이다. 에너지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2011년 계획에서처럼 오름폭에 상한선을 두고, 물가급등 같은 비상상황 시 제도를 유보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11년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하려다 당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이를 철회했었다. 당시 계획안에도 요금 조정 상한이나 유보 등 소비자 보호장치가 포함됐었다.

◇환경비용 부과 여부도 관심 = 환경비용 부과제는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에 환경비용까지 반영하는 방식이다. 미국 일부 주(州)와 영국, 독일 등 상당수 선진국에선 별도로 부과하거나 전기료에 포함해 부과하는 등 환경비용을 계산해 소비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통에너지에 비해 값이 비싼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면서 해당 비용규모를 국민에게 숨길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알리고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난 2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2020 합리적 전기요금 체계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기후비용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면 국민은 속았다고 생각하며 재생에너지 보급과 기후변화 대응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교수는 “독일의 전기요금 중 재생에너지 활성화 등을 위한 제세부담금이 절반 수준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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