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 교수 “건축때 감안해야
실제 바람보다 1.5~2배 세져”
“신종 사회적 재난인 ‘빌딩풍’은 부산 해안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이상기후로 인한 잦은 태풍으로 전국에서 똑같은 피해가 속출할 것입니다.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등 대비책이 시급합니다.”
빌딩풍은 바람이 고층빌딩 사이를 지나면서 서로 부딪혀 순간적으로 바람 속도가 2배가량으로 빨라지거나 거센 소용돌이 돌풍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 처음으로 빌딩풍의 정부주관 연구용역을 수행 중인 권순철(사진)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9일 “지난 3, 7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 부산 해운대구 해안가 고층 빌딩군 36개 지점을 12시간 동안 조사한 결과 빌딩풍은 실제 바람보다 1.5∼2배로 더 세져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였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들 태풍 때 해운대구 엘시티(101층)와 주변 고층 아파트, 수영구와 남구 해안가 아파트에서는 유리창 수십 장씩이 박살 나고, 건물 외벽이 떨어져 주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권 교수는 “태풍이 오기 직전 해운대 마린시티 인근 해상의 최대풍속은 초속 23m였지만 아파트 최대풍속은 초속 30∼50m까지 기록됐고, 엘시티는 풍속이 너무 강해 아예 측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한반도를 관통하는 강한 태풍으로 서울 강남 등의 피해도 예상돼 전국적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빌딩풍의 환경영향평가 항목을 만들어 건물 건축 때 적용하고 대비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과학적 연구를 먼저 하고 있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이미 초고층 빌딩에 대해서는 빌딩풍에 따른 건축규제를 하고 있다”며 “건물의 높이와 폭, 이격거리, 건물형태(디자인) 등에 따라 시뮬레이션으로 바람 유입의 강도 및 영향을 조사해 건축에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고층 빌딩군 지역에 대해서는 “지금 조사하고 있는 태풍 및 강풍 때의 실제 데이터를 모두 입력해 세부 장소마다 위험지도를 만들어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알리고, 심한 지역에는 펜스를 치거나 방풍림을 조성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부터 행정안전부의 용역의뢰로 ‘부산대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기술 개발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권 교수는 “데이터 축적으로 맞춤형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고, 행정기관에서 빌딩풍을 실시간으로 예측·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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