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호프 자런 지음│김은령 옮김│김영사

1969년 태어난 저자, 도시화·평균수명·생산·소비 등
1969년 이후 각종 글로벌 데이터 분석
화석연료 고갈·쓰레기 등 인류의 암울한 미래 경고
보다 적은 소비와 보다 많은 나눔 호소


아름다운 책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실체에 대한 보고서이자, 미래에 대한 예언서이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혜서이다. ‘랩 걸’의 작가 호프 자런이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제목이 한 줄의 시처럼 다가오지만, 이 책은 ‘인간의 풍요’와 ‘지구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동시에 갈수록 위험해지는 중이다. 한때는 비통함이 즐거움을 낳았다면, 지금은 달콤한 날들이 쓰디쓴 날들을 배출하는 셈이다. 저자는 1969년생이다. 오하이오주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반세기 동안 지구에서 살았다. 전 세계에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그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면, 현재의 지구가 우리가 있고 싶어 했던 곳인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1969년 이후, 전 세계 인구는 두 배로 늘었다. 전 세계 영아사망률은 절반이 됐고, 평균 기대 수명은 71세에서 83세로 12년 늘어났다. 해마다 약 5만 명은 전쟁으로 사망하고 50만 명은 살해당하며, 80만 명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자동차 탓에 셋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고로 죽는다. 상하수도 보급, 예방 접종, 항생제 사용 덕분에 아직 불균형은 심하지만, 인간은 예전보다 덜 죽고 더 오래 산다. 우리는 좋아졌다.

보건과 안전을 만든 요인 중 하나는 도시이다. 오늘날 인구의 50%는 도시에서 살아간다. 지난 50년 사이 30억 명에 이르는 사람이 도시 주민이 됐고, 인구 1000만 명 넘는 메가시티도 전 세계에 47곳이 생겨났다. 도쿄(東京) 인구는 3500만 명이고, 뉴욕 인구는 2000만 명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도 2600만 명에 가깝다. 우주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의 과열점인 도시는 ‘풍요’를 상징한다. 인구밀도는 집약 노동을 통해 기회를 증가시켜 풍요를 가져오게 한다. 하지만 도시는 한 가지에서는 거의 무능력한데, 바로 식량이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이 맬서스의 지옥을 해결했다.

지난 50년 동안, 곡물 생산량이 3배로 증가했다. 농지 면적을 10%가량 늘렸으나, 단위 면적당 곡물 수확량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비료 사용, 관개 시설 개선, 유전 기술을 통한 농작물 개량 덕분이었다. 부작용도 있었다. 오늘날 우리 농지는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농약에 젖어 있다. 그사이 육류 생산량 역시 3배로 늘었다. 소고기는 2배, 돼지고기는 4배, 닭고기는 10배로 늘었다. 해마다 1조 개씩 생산되는 달걀 숫자는 4배, 우유 생산량은 2배로 증가했다. 인간은 예전보다 가축들을 더 잘 기르고, 더 잘 보호하며, 더 잘 낳게 개량했다. 문제도 있다. 고기를 생산하려고 우리가 먹는 것과 같은 양의 곡물을 동물한테 먹인다. 10억t의 곡물을 먹여 1억t의 고기와 3억t의 분뇨를 생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국민이 매주 하루만 ‘고기 없는 날’을 정해서 지킨다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8억 명 이상의 사람을 한 해 내내 먹일 수 있을 것이다.

해산물 소비 역시 3배로 증가했다. 자연산 해산물 생산량은 2배 정도로 늘어났으나, 연어, 새우, 굴, 조개 등 우리가 먹는 해산물의 50%를 양식으로 생산한다. 문제도 심각하다. 연어 1㎏을 얻으려면 멸치, 청어, 정어리 등 작은 물고기 15㎏이 필요하다. 양식 때문에 인간이 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자 바다의 사막이 생겨나면서 돌고래, 바다사자 등이 굶어 죽는 중이다.

많이 먹으면 많이 배출한다. 음식의 풍요는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인간이 매일 쏟아내는 폐기물량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편의점 등에 들어가는 신선식품의 7분의 1은 선반에 진열된 후 곧장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이 음식은 왜 굶주린 이들한테 닿지 않는 것일까. 선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만으로도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인류 전체를 먹일 수 있다. 헨리 조지의 말이 옳다. “이 세상의 결핍과 고통은 필요한 만큼 만들지 못하는 지구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인간의 무능함 때문이다.”

지난 50년 동안, 매일 사용하는 에너지양은 3배, 전기량은 4배로 늘었다. 철도 등 대중교통 비중은 낮아지고, 자동차와 비행기 사용은 증가했다. 이러한 행태는 에너지, 즉 화석연료 사용량과 연동된다. 그사이 석탄과 원유 사용량은 2배, 천연가스 사용량은 3배로 늘었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플라스틱 생산량도 10배로 증가했다. 문제는 화석연료는 언젠가 고갈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풍요는 영원할 수 없다. 바이오연료, 수력, 풍력, 태양력 등 각종 대체에너지를 통해 대비 중이나 이들은 우리 문명이 쓰는 에너지양을 생각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저자는 인간이 다루기에 너무 위험한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의 안전성 개선에 더 투자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다. 화석 연료 사용이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온실 효과로 인한 기후위기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50년 전보다 화씨 1도가량 상승하고, 해수면 높이는 10㎝ 상승했다. 지구 시스템의 교란이 생명체를 위협하면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징후를 선명히 드러내는 중이다.

우리의 풍요는 지구의 파멸이다. 인간은 주어진 자유를 활용해 끝없는 소비를 추구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육체와 사회와 지구를 파괴했다. 여기는 우리가 살고 싶은 장소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저자는 우리에게 다른 선택을 촉구한다. “운전하고, 사람 만나고, 물건 사고, 비행기 타고, 여행하는 일”에서 “더 적게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또 다른 삶의 존재를 겪었다. 여러모로 힘든 일이 많았지만, 격리 기간 나는 인생에서 가장 깊은 시간을 가족과 보냈다. 우리는 자주 함께 요리하고 이야기하고 산책했다. 활동이 멈추자 불편 속에서 친밀성이 늘었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경험으로 존재했다. 어쩌면 이 경험이 지구를 위한 실천의 한 걸음일지도 모른다. 풍요 속에서 지구를 착취하는 활동을 계속하는 대신 소비가 아니라 관계에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부록에 있는 저자의 제안은 하나의 좋은 안내가 될 것이다. 276쪽, 1만55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