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흔하지 않은 무언가를 선물로 마련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 나는 종종 하는데 얼마 전 우리 동네에 마침맞은 가게가 생겼다. ‘특별한 날을 위한 완벽한 선물의 집’이란 간판이 걸린 이곳은 그날그날 주인장의 기분과 손님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흥정을 통해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데 나에게 가게를 소개해준 동네 친구로부터 묘한 얘기를 얻어들을 수 있었다. 우선 가격을 정하는 과정이 터무니없다고 그는 말했다. 지갑을 보지 않은 채 무작위로 꺼낸 지폐 한 장만 받는 대신,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주인이 말하더란다. 부탁이 뭔고 하니 익명 게시판에 동네 짬뽕집에 관한 글을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평소 짜장면을 좋아하던 친구는 마이클 조던의 사인볼이 탐나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튿날 궁금한 마음에 가게를 찾았다. 비틀스의 사인이 담긴 음반을 동전 던지기로 헐값에 판매한 주인은 나에게도 익명게시판에 사소한 글을 하나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동네 짜장면집에 관한 내용이었다. 친구가 올렸다는 글과 앞뒤를 맞춰보면 두 가게를 이간질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음반을 내려놓고 가게를 나왔다. 하지만 의문은 남았다. 양쪽을 자극해서 주인이 얻게 될 이익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스티븐 킹의 장편 ‘욕망을 파는 집’(엘릭시르)에 나와 있다.
돈이 되겠다 싶으면 영혼까지도 사고팔 기세였던 레이거노믹스 시대의 미국을 풍자한 이 소설에는, 라플라스의 악마처럼 과거와 현재를 단숨에 파악하여 미래를 내다보고 일을 꾸미는 가게 주인이 등장한다. 그가 손님들에게 불어넣는 감정은 ‘상대를 향한 복수심’이었다. “당신이 지금 불행한 까닭은 따지고 보면 저놈 때문이야. 화나지 않아? 너는 이토록 괴로운데 어째서 저 사람은 행복한 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가서 엿을 먹여 주라고. 그게 바로 정의라니까. 대신 물건을 싸게 줄게.”
종국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려고 달려들어 마을은 초토화된다. 제삼자 입장에서 보면 둘 사이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어째서 다들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는 걸까. 작가는, 멍청한 인간과 멍청하지 않은 인간을 가르는 기준이 학창시절에 전교 1등을 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자신이 현재 멍청한 짓을 벌이는 게 아닌지 메타인지적으로 사고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 방편으로 다양한 유형의 이간질을 집요하리만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나중에 저걸 다 어떻게 수습하려고 저러나 싶어 걱정이 됐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욕망을 파는 집’은 ‘진정한 이간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담긴 인류학적 보고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내용으로 완성됐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소설’ 읽기의 첫 번째 테마로 고르자고 생각했다. 언젠가 스티븐 킹은 기존 문학계에서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의 목록을 발표한 적이 있다. 순문학을 추구하는 작가들만 모여서는 문학이 성장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이 코너에서는 ‘한국 언론이 잘 다뤄주지 않아서 섭섭해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조금쯤 기대해 주신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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