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산 /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 이경식 옮김 / 부키
대부분 자기중심적으로 살지만
사랑과 헌신의 삶 멈춰선 안돼
인생은 외로운 여정이 아니라
함께 집 짓는 과정이라 여겨야
좋은 인생은 혼자 꾸릴수 없듯
좋은 사회도 공동체 우선 해야
미국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두 번째 산’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좌표를 잃고 헤매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제대로 살아보자’고 손을 내민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인생이라는 여정에 두 개의 산이 놓여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산은 사회문화적 관습이 설계한 코스로 이뤄진다. 정해진 시기에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승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첫 번째 산을 오르는 일이다. 이 산은 ‘개인주의’와 ‘능력주의’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무대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세속적 부와 명예를 추구하고, ‘평판 관리’에 특히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 성공을 향한 욕망을 제1의 명제로 삼는 능력주의는 어느새 현대사회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가 됐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어느 사회에서나 공동체의 가치가 희미해지면서 이웃 관계는 소원해졌고, 외로움에 지친 개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애써 외면하며 첫 번째 산의 봉우리를 향해 내달리다 보면 문득 회의감이 솟는다. “이것이 내가 바라던 전부인가” “내가 머물러야 할 곳이 진정 첫 번째 산인가”라는 고민이 찾아오는 순간이다. 저자는 세속적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런 고민의 시기를 통과하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등반’하다가 갑자기 ‘계곡으로 굴러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지만, 이 계곡에서 비로소 첫 번째 산과는 다른 모습을 한 ‘두 번째 산’이 보인다.
사회가 주입한 욕망을 중심에 놓는 첫 번째 산과 달리 ‘관계주의’를 중시하는 두 번째 산은 자신의 내밀한 영혼과 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주문한다. 이곳에서는 개인만큼 타인과 이웃이 소중하며, 성과보다 베풂과 헌신이 가치 있다. 언뜻 버겁고 거창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일상 안에서도 두 번째 산을 오를 수 있다. 저자는 추락한 계곡에서 다시 박차고 일어서는 ‘제2의 등반’을 몇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우선 세속적 의미의 직업이 아니라 ‘소명으로서의 직업’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출세를 위한 ‘일자리’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평생 매진할 수 있는 ‘천직’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은 두 번째 산에서만 가능하다. 마음이 통하는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일 역시 두 번째 산과 무관하지 않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상대를 가족으로 맞아 수십 년 동안 고락을 함께하며 ‘외모, 행동, 말투까지 닮은 노부부’가 돼가는 것은 그 자체로 타인을 향한 헌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달콤한 샴페인 같은 연애가 첫 번째 사랑이라면, 약속과 헌신으로 이뤄진 사랑은 곧 두 번째 산의 사랑이다.
‘소명’과 ‘가족’을 통해 익힌 헌신의 태도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단계는 두 번째 산의 봉우리에 올라서는 길목이다. 저자는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면서 뒤늦게 삶의 기쁨을 찾은 수많은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산에서 이룩한 성취가 저마다 다른 이들은, 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거나, 방황하는 청소년의 ‘친구’가 돼 학교라는 울타리에 적응하도록 도우며 두 번째 등반을 실천한다. “인생은 외로운 여정이 아니라 함께 집을 짓는 것”이라고, “내가 하는 일을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외치면서.
두 번째 산의 핵심 가치인 관계주의는 맹목적인 집단주의와도 분명하게 구별된다. 집단주의는 득세한 개인주의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이데올로기다. ‘정치적 부족주의’라는 말로도 표현 가능한 이 개념은, 무너진 공동체 속에서 외로운 섬처럼 고립된 이들이 ‘내 편’만을 찾아 나서면서 사회를 ‘우리’와 ‘그들’로 양분된 갈등으로 몰아넣는 양상을 뒷받침한다.
책은 이처럼 ‘두 개의 산’이라는 다소 도식적인 비유로 논의를 전개하지만, 두 번째 산을 오른다고 해서 첫 번째 산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개인을 넘어, 그리고 가족을 넘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자는 제안은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쉽게 오르기 어려운 산’처럼 여겨질 수 있다. 저자 역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마음먹은 수준보다 훨씬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갈 게 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느리고 복잡해도’ 두 번째 산에 오르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누구도 저 혼자서는 ‘좋은 인생’을 꾸릴 수 없듯, ‘좋은 사회’ 역시 나 홀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만으로는 결코 이룩될 수 없기 때문이다. 600쪽, 2만2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