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먹구름이 휩쓸고 간 하늘에 옅은 햇살이 비칩니다.
염전에서 일하는 강성식(79)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보는 햇살이 누구보다 반갑습니다.
바닷물을 햇볕에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은 날씨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올여름엔 계속된 궂은 날씨로 공치는 날이 더 많았지요.
소금 생산량이 예년의 절반밖에 안 돼 걱정인 터라 뒤늦게 찾아온 햇살이 고맙고 아깝기만 합니다.
갯벌이 넓고 사리, 조금의 수위 차가 큰 서해안은 소금밭을 일구기 좋은 조건이라 예부터 염전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인천시에 편입된 옹진군 북도면 시도섬도 그런 곳 중의 하나지요.
20대 초반 고향인 충남 태안에서 소금 일을 시작한 할아버지는 몇 군데 염전을 옮겨 다니다가
20여 년 전 이곳 시도에 터를 잡고 자신의 소금밭을 일궜답니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에 6남매나 되는 자식을 어엿하게 키워 낼 수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값싼 중국산 소금이 쏟아져 들어와 소금값이 옛날의 반값도 안 된다고 합니다.
일꾼 한 사람 데리고 2만여 평이나 되는 염전에서 지금도 고무래를 밀며 소금을 모으는 할아버지는
여든이 다 된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아직도 젊고 근력도 짱짱합니다.
소금 만드는 일이라는 게 빨리하려고 안달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요. 밀물 때 맞춰 바닷물을 받고, 하늘을 살피며 물꼬를 돌보고, 바닷물이 마르길 기다렸다가 소금을 거둬야 합니다.
거둬들인 소금은 창고에 4년간 묵혀 간수를 뺀 다음 출하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어차피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며 하늘이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자연에 순응하며 스트레스 없이 묵묵히 일만 하다 보니 덜 늙은 것 같다고 말하며 할아버지는 허허 웃습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