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최근 “윗사람 심기를 살피며 알아서 기는 문화 때문에 일본이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면서 일본 특유의 ‘손타쿠(忖度)’ 문화를 비판했다. 그는 닛케이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드러난 문제는 관료들이 일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하는데, 아베 신조 총리가 ‘손타쿠 관료’만 중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독설은 일본의 현재 위기가 아베 시대 관료들의 손타쿠 행태에 있다는 비판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모리토모 스캔들로 자민당 정권이 휘청이자 “관료들의 손타쿠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손타쿠란 ‘지시가 없더라도 그 사람이 원하는 방향대로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데 원래 일본 사회 저변에 깔린 구조적 특성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 사회평론가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저서 ‘공기(空氣)의 연구’(1977)에서 “상대의 심중을 헤아려 눈치껏 움직이는 것이 손타쿠인데 이처럼 말없이 이뤄지는 일본식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메커니즘이 바로 공기”라고 했다. 저자에 따르면 공기는 일본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 공기에 반항하면 집단 따돌림을 당할 것이란 공포 때문에 일본인들은 말이 없어도 분위기를 읽고 스스로 행동하는 손타쿠에 익숙해졌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아베 총리의 7년8개월에 걸친 장기 집권을 거치며 손타쿠는 관료 사회의 고질병으로 정착된 것이다.
손타쿠는 우리말로 ‘윗사람 의중에 따라 행동하기’ 정도로 번역된다. ‘미워하며 닮는다’는 옛말처럼 요즘 한·일의 손타쿠 현상은 닮은꼴이다. 문재인 시대 청와대와 각 부처, 사법부에서는 일본보다 더한 손타쿠가 만연하고 있다. ‘30년 지기의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는 문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청와대 참모들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나 김명수 대법원의 잇따른 ‘코드 판결’이 대표적이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 때 조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을 얘기해 논란이 됐다. 그 빚이 어떤 것인지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민정수석비서관 시절의 손타쿠에 대한 우회 언급일 수도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아들 문제로 인해 정국의 시한폭탄이 됐는데 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추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일까.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