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 논설고문

최근 비디오 게임에 인식 변화
서구 경영대학원 정식 커리큘럼
산업 성장과 리더십 함양 주목

e스포츠 게이머 디지털 친화적
팀워크·리스크 관리 중시하는
기업들도 이 분야서 인재 발굴


‘리그 오브 레전드’는 미국의 비디오 게임제작사 라이엇 게임즈에서 개발한 배틀로열식 서바이벌 게임이다. 배틀로열이라는 단어는 무인도에 납치된 중학생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2000년도 일본 영화 제목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서바이벌 게임의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어 이후 온라인 게임의 주요 형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물론 비디오 게임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뒤따르는 것이 기성사회의 일반적 정서다. 폭력이 난무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내용이 주를 이루니 그럴 만도 하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심야시간대에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행 중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심지어 세계보건기구(WHO)조차 비디오 게임을 “정상적 사회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새로운 현대 질병”으로 규정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인식 태도가 최근 들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비디오 게임 제작이나 e스포츠가 신흥 산업으로 환영받고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인간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전통 스포츠를 훨씬 뛰어넘는 인구가 참여하고 있음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16∼19세 청소년들 가운데 28%만이 전통 스포츠를 즐기는 반면, 무려 57%가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예를 들어 전통 스포츠 중 하나인 테니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겨우 200명의 스타 선수만이 토너먼트 경기를 통해 수입을 얻는 데 반해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e스포츠에서는 1000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두둑한 파이트머니를 받아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이코노미스트 6월 27일 자)

사실 새로운 스포츠가 탄생할 때마다 모두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1314년 당시 영국의 왕 에드워드 2세는 막 태어난 축구시합을 금지했다. 19세기 미국의 종교계에서는 농구가 지나치게 흥미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농구 시합을 반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 게임이 중독적이며 지극히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 제기되는 반론은 다르다. 중독이라는 주장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니며, 폭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기존 올림픽 경기의 레슬링이나 창던지기, 사격, 펜싱 등이 하등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사격·펜싱은 원래 군인을 훈련시키던 종목이었다. 훌리건으로 불리는 영국 축구 팬들의 시가지 난동이나 추태 역시 마냥 옹호 받기 어렵다. 반면 비디오 게임은 파괴와 살인이 가상현실에 머물 뿐이다.

요즘 최고 인기를 끄는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싸우고 부수고 죽이는 비디오 게임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게임만큼 머리를 굴려가면서 싸워야 하는 게임도 흔치 않다. 편을 갈라 싸우면서 온갖 전술·전략을 성공시켜야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세계 주요 MBA대학원들이 바로 이 부분에 착목하고 있다. 우선, 산업적 측면에서 성장세가 괄목할 만하다. e스포츠 시장 조사 전문기업 ‘뉴주’에 따르면 2020년 세계 27억 명의 게이머가 각종 비디오 게임에 1593억 달러(우리 돈 194조9800억 원)를 지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9.3%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영대학원들은 산업 측면만 보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대학 스포츠도 물론 팀워크와 리더십 배양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배틀로열식 온라인 게임은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더 적합한 리더십과 조직관리, 커뮤니케이션 기술 배양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가장 먼저 교과과정을 개설한 프랑스의 에콜 드 매니지먼트 리옹(EMLyon)을 비롯해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여러 나라의 경영대학원들이 일제히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하고 있다.

요즘 대기업들은 디지털 친화적인 젊은이들을 보다 선호하며, 디지털 환경에서의 팀워크,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리스크 관리 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e스포츠 게이머들은 특출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들은 초당 무려 5가지의 서로 분리된 동작이나 사고활동을 동시에 펼친다고 한다. 스트레스 환경에서 민첩한 정책 결정이 요구되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적합한 재능인 셈이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사회 전체의 적응 능력이 시험받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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