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우리는 혼자인가? : 태양계 제2생명과 우주 생물학
표면에 물 흐를수 있는 외계행성은 이미 수십개 확인
행성이 별뒤로 숨는순간 포착해 찾은 ‘바이오마커’로 생명 정보얻어
가시광선 흔적 ‘레드에지’ 발견된다면 식물 광합성 한다는 증거
우주에서 생명의 존재가 확인된 곳은 지구뿐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지구 바깥의 생명을 상상하고 찾아왔지만, 여전히 지구 바깥에서 아무런 응답을 받지도 어떤 흔적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우리는 정말 혼자일까?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그다지 머지않을지도 모른다.
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과 10여 개의 거대 위성이 있다. 그중 제2의 생명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확인된 곳은 다섯 곳이다. 과거에 바다가 있었고 지금도 지하에 물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화성, 얼음 밑에 거대한 바다를 감추고 있는 목성의 달 유로파와 토성의 달 엔켈라두스, 메테인으로 된 비가 내리고 강이 흐르는 토성의 거대한 달 타이탄이다. 마지막 하나는 바로 지구다. 지구 어딘가에는 우리의 조상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발생해 진화한 생명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들 역시 태양계 제2 생명의 후보다.
이미 지구에서 한 차례 생명이 발생했다는 것은 생명 발생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증거다. 만약 생명 발생이 지구 또는 태양계라는 한정된 환경에서 두 번 이상 반복해서 일어났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생명 발생은 충분한 조건이 갖춰진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태양계 제2 생명의 발견은 그저 태양계에서 새로운 생명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주 속 생명에 대한 우리의 개념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우주에 별보다 행성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셸 마요르(Michel Mayor)와 디디에 쿠엘로(Didier Queloz)의 위업은 태양과 닮은 별을 공전하는 외계 행성을 처음 발견한 것이었다. 1995년에 발견된 이 행성은 목성을 닮았지만, 공전 궤도가 수성보다 작고 겨우 사흘 만에 별을 공전하는 기묘한 행성이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사실은 외계 행성의 평범함에 있었다. 그렇다. 우주에서 외계 행성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존재다. 그저 오랫동안 꼭꼭 숨어 있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 행성의 수는 4000개를 훌쩍 넘는다. 이 숫자가 알려주는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 별이 행성을 가지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다중 행성계라는 통계적 추론이다. 태양만 해도 8개의 행성을 가지고 있고 트라피스트-1 행성계에는 발견된 것만 7개의 행성이 있다. 우리 은하에는 적어도 1000억 개, 많으면 4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행성의 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또다시 수천억 개에서 수조 개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아득해지니 여기서는 우리 은하에만 한정하자.
표면에 액체 물이 흐를 수 있는 해비터블 행성(생명 거주 가능 행성)의 발견은 제2 생명 탐색의 중요한 지표다. 해비터블 행성은 이미 수십 개 이상 발견됐으며 통계적으로 우리 은하에는 지구 크기의 해비터블 행성이 많게는 400억 개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이 추정치에 지구보다 훨씬 크거나 작은 행성과 유로파 같은 얼음 달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은하는 생명 탄생을 위한 대규모 배양 시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중 태양계에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생명이 탄생했다. 우리와 완전히 다른 기원을 가진 태양계 제2 생명의 발견은 생명 발생이 결코 기적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태양계 너머에 있는 수많은 행성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만약 태양계에서 제2 생명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태양계 제2 생명의 발견은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일종의 지름길이다. 발견한다면 생명 발생은 흔한 현상이며 태양계 밖에도 생명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남은 일은 그저 이미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발견하지 못해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지름길 하나가 사라졌을 뿐, 우리에겐 아직 확인되지 않은 400억 개에 이르는 생명의 페트리접시가 있다.
태양계 안과 바깥에 있는 생명의 페트리접시는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을까? 태양계에서는 직접 탐사선을 보낼 수 있다. 화성에서는 이미 여러 대의 탐사선이 활약하고 있으며 새로운 탐사도 줄지어 계획되고 있다.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는 유로파의 얼음 표면을 근접탐사할 예정이며, 얼음 표면을 파헤칠 착륙선과 얼음 아래의 바다를 조사할 수중 탐사선도 검토되고 있다. 잠자리를 닮은 드론형 탐사선 드래건플라이는 타이탄의 풍부한 유기물 속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을 예정이다. 유로파 클리퍼와 드래건플라이 모두 2020년대에 지구를 떠나 목성과 토성을 향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외계 행성은 사정이 다르다. 항성 간 공간은 아직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거대한 공간적 장벽이다. 외계 행성에 직접 탐사선을 보내는 건 현재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수십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행성의 페트리접시를 들여다볼 방법이 있다. 빛과 그림자를 통해서다.
지금까지 알려진 외계 행성의 절반 이상은 트랜짓(통과) 현상을 통해 발견됐다. 트랜짓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면서 별빛을 조금 가려 별의 밝기가 살짝 어두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행성 그림자의 가장자리를 지나는 빛은 행성의 대기를 통과하며 그곳 하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때로는 행성이 별 뒤로 숨으면서 행성의 밝기만큼 어두워지는 현상도 일어나는데 이때는 ‘사라진 빛’을 통해 행성 표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 속에서 바이오마커(biomarker, 생물 지표)라고 부르는 생명의 흔적을 찾는다면 우리는 그곳에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는 대기 중의 산소다. 산소 원자는 결코 드문 존재가 아니지만 대부분 다른 원자와 결합한 산화물 형태로 존재한다. 정말 드문 건 대기 중의 산소다. 산소는 비생물학적 자연현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양이 아주 적다. 게다가 반응성이 높기 때문에 금세 다른 물질과 결합해 사라져 버린다. 만약 행성의 대기 속에 유의미한 양의 산소가 있다면 그곳에는 산소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어떤 메커니즘이 있다는 의미이고 그 메커니즘의 강력한 후보가 바로 광합성, 즉 생명 활동이다. 지구의 대기 중 21%를 차지하는 산소 역시 대부분 식물의 광합성으로 발생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유력한 바이오마커로는 레드 에지(red edge)가 있다. 행성 일부가 광합성을 하는 식물로 뒤덮여 있다면 지구에서 관측하는 행성의 빛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광합성을 위해 흡수되는 파장의 빛과 그렇지 않은 파장의 빛 사이에 경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구의 식물 대부분은 파장이 0.7㎚보다 짧은 가시광선은 흡수하지만 그보다 긴 적외선은 반사한다. 그래서 우주 저편에서 지구의 빛을 분석할 경우 0.7㎚ 즈음에서 갑자기 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부분이 발생한다. 이게 바로 레드 에지다.
광합성은 적외선으로도 가능하지만, 태양이 가시광선을 가장 많이 뿜어내기 때문에 지구의 식물이 가시광선에서 광합성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붉은 태양, 즉 적외선을 뿜어내는 적색 왜성 아래에서도 식물은 가시광선으로 광합성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물에 가로막히는 적외선과는 달리 가시광선은 수면 아래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고 생명의 진화는 높은 확률로 수면 아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색 왜성의 행성에서도 레드 에지가 생명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외계 행성의 가느다란 빛 속에서 바이오마커를 찾는 일은 유로파나 타이탄에 탐사선을 보내는 일에 비하면 너무나도 미약한 방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려진 것만 4000개가 넘고 머지않은 시기에 1만 개를 돌파할 외계 행성의 수는 이 미약한 방법을 직접 탐사만큼이나 위대한 가능성으로 탈바꿈시킨다.
차세대 탐사선과 초거대 망원경의 활약이 절정에 이르고 나면 2030년대가 끝나기 전에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오랜 질문에 부분적으로나마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대답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대답이 어디를 향하고 있든, 그것은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과 우주 속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 모두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해도연 과학 저술가·SF 작가·국가기상위성센터 연구원
■ 용어설명
바이오마커 : 지구 바깥에서 수집되거나 관측될 수 있는 대상 중에서 생명 활동이 아닌 다른 현상으로는 발생하기 어려운 물질이나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산소(O2), 오존(O3), 레드 에지(red edge) 등이 있다. 반면 메테인(CH4)은 생명 활동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물질이지만 화산 활동 등 자연현상에 의해서도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바이오마커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 활동이 있다면 메테인 역시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차 바이오마커로 분류되기도 한다. 물 역시 그 자체로는 생명의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않지만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2차 바이오마커라고 할 수 있다.
해비터블 행성 : 모항성(중심별)과의 거리가 적당해 행성 표면에 액체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을 해비터블 존 또는 거주 가능 영역이라고 부르고 여기에 위치하는 행성을 해비터블 행성이라고 한다. 해비터블 존보다 가까우면 물이 증발하고 멀면 물이 얼어 버린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1로 하는 천문단위로 나타냈을 때, 태양계의 해비터블 존은 태양에서 0.8천문단위 떨어진 곳부터 1.5천문단위 떨어진 곳까지다. 지구는 태양계 해비터블 존 가운데에 위치하지만 금성은 조금 벗어났고 화성은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행성이 해비터블 존에 있다고 반드시 액체 물이 존재하거나 생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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