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엄정화 ‘환불원정대’등
할 말은 하는 주체적 여성 어필


언니들이 돌아왔다. 몇몇 남성 MC들이 쥐락펴락하던 예능 시장에서 여성 방송인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오랜만에 강한 여풍(女風)이 불고 있는 셈이다.

그 핵심 키워드는 ‘센 언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든든히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각광받는 모양새다. 지난 여름 혼성 그룹 싹쓰리로 가요계를 강타한 가수 이효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현재는 그를 포함해 ‘걸 크러시(girl crush)’ 매력으로 무장한 엄정화, 제시, 걸그룹 마마무 화사로 구성된 ‘환불원정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를 추진하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연출 김태호)는 본격적인 첫 삽을 뜬 지난달 말 전국 시청률 13.3%(닐슨코리아 기준)로 론칭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환불원정대의 파괴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여성 회원인 박나래와 한혜진, 화사로 구성된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여은파)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각각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라는 부(副) 캐릭터로 참여하는 ‘여은파’에는 수위 높고 농도 짙은 대화가 오가는 콘셉트에 맞게 ‘매운맛’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유튜브에서 공개되는 이 콘텐츠는 편당 조회 수 300만∼5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예능 시장의 조력자에 머물던 여성 방송인들이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은 지난 2∼3년에 걸쳐 서서히, 그리고 탄탄하게 진행됐다. 이영자는 2018년 MBC ‘전지적 참견시점’으로 ‘영자의 전성시대’를 다시 열며 그해 연예대상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대상의 주인공은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였다. 비슷한 시기, 기획자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방송인 송은이는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 등을 모아 걸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했다. MBC 간판 예능 ‘라디오스타’를 벤치마킹해 방송인 박소현과 김숙, 박나래, 가수 산다라박이 진행하는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4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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