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예능 프로그램 종횡무진 누비는 박세리
선수 시절 중장년 팬 많았는데
이젠 초등생들도 바로 알아봐
순발력·적극성 등 근성 그대로
솔직함 더해지며 사랑 얻는 듯
“친근한 ‘언니’는 OK… ‘리치 리치’는 부담스럽죠. 흐흐흐.”
안정환, 서장훈 등 남성 스포츠 스타들이 점령했던 TV 예능에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출연자 예능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방송가 속설을 깨고 골프여제 박세리, 배구스타 김연경, 수영선수 정유인 등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티캐스트 E채널의 인기 예능 ‘노는 언니’를 이끄는 박세리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지난 8일 전화로 1시간가량 만났다. 이날도 어김없이 촬영장으로 이동 중이던 박 감독은 “그전에는 골프와 관련해 중장년팬이 많았지만 이젠 초등학생들도 바로 알아본다”며 “운동할 때는 강한 이미지였는데 방송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니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의 상징처럼 된 저음의 “흐흐흐” 웃음소리가 연신 들렸다.
박 감독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하루에 몇 개씩 스케줄이 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노는 언니’를 촬영해야 하고, MBC ‘나 혼자 산다’를 위해 하루를 꼬박 빼야 한다. 그 사이 tvN의 ‘서울촌놈’과 SBS의 ‘정글의 법칙 인 코리아’를 찍었다. 최근에는 새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 ‘인생 한 번 쎄리박’도 진행한다. 러닝, 베이킹, 댄싱 등 취미생활을 동호회와 함께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대전과 서울 집을 오가며 방송에 출연하느라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그러나 막상 프로그램에 임하게 되면 이상한 승부욕이 발동한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어떤 말씀을 드려도 조심스럽지만 과거 어려운 시절에 스포츠를 통해 국민이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즐겁고 호탕하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박 감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1998년 US 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맨발투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어렵던 시절, 그가 불굴의 의지로 우승을 일궈내는 장면은 온 국민에게 용기를 줬다. 그리고 현역 은퇴 후인 2016년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을 이끌며 박인비의 금메달도 만들어냈다. 그는 언제나 투혼과 위기 극복의 아이콘이었다.
“운동선수로서의 근성이 예능에도 나오는 것 같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력과 순발력, 남자들 못지않은 털털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다. 뭘 꾸며서 하라고 하면 못 하지만 막상 들어가면 엄청 몰입한다.”
웬만한 남성을 능가하는 박 감독의 ‘통 큰’ 카리스마는 프로그램 곳곳에서 빛난다. ‘나 혼자 산다’에선 커다란 집, 다양한 식료품이 쌓인 팬트리, 손 큰 물건 구매량 등이 화제가 됐다. 이런 그에게 개그우먼 박나래는 ‘리치 언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정글의 법칙 인 코리아’에서는 박찬호와 추성훈을 압도하는 적극성이 눈에 띄었다. 둘이 무인도 생존 경쟁에서 지쳐 앉아서 쉬는 사이, 박 감독은 바닷가에서 먹을거리 채집을 하며 “남자들이 저렇다. 생존에 제일 약한 게 남자인 것 같다”고 해 여성팬들로부터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나도 처음엔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그냥 현장에서 느낀 대로 튀어나온 말이다. 생존을 위해 내가 할 일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평소에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다. 아마 그래서 ‘센 언니’라고 부르는 것 같다.”
박 감독은 지난 8일 방송된 ‘노는 언니’에서는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그는 “만약 프러포즈를 받게 되면 기사를 크게 낼 거다. 출산도 하고 싶은데 나이가 있어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해 배꼽을 잡게 했다. 그가 꼽은 이상형은 배우 유해진. “지금은 그저 좋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예능도 좋지만 제 본업은 골프다. 내년 올림픽 때가 되면 아마도 골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 새로 만든 콘텐츠 기업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를 통해 후배들도 육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전까지는 열심히 예능을 하겠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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