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인증제’ 역차별 논란

벤츠, 2만㎞까지 무상보증 수리
BMW, 인증車 비교 검색 가능
‘신뢰가는 곳서 검증’ 판매 증가

‘적합업종제’ 규제받는 국내업체
수입車 업체 성장속 공회전만


“생애 최초로 수입차를 사려 하는데 신차는 부담스럽고, 일반 중고차 업체를 통해 구매하자니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30대 직장인 전모 씨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을 통해 생애 첫 수입차를 구매했다. 신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무상 보증 프로그램까지 제공받아 더욱 만족스럽다. 이처럼 최근 중고차 인증제를 통해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수입차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 참여하지 못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중고차 인증제란 소비자가 구매한 신차 중 일정 기한이나 일정 주행거리 내로 운행한 차량을 완성차 업체가 다시 사주고, 차량 상태 정밀점검 및 검사 후 필요시 수리를 거쳐 새로운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정 기간 동안 회사 차원에서 차량 안전성·품질 보증을 포함해 사후서비스(AS)와 무상 수리 등도 제공된다.

벤츠는 지난 2011년 9월 첫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하기 시작, 올해 7월 기준 22곳의 인증 중고차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벤츠 인증 중고차는 국내에 공식 수입된 차량 중 6년 또는 15만㎞ 이내 무사고 차량을 대상으로 품질 및 안전성 검증을 거친 뒤 판매된다. 차량 주행거리 및 정비 이력서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1년 또는 2만㎞까지 무상 보증·수리 프로그램 등의 AS를 받을 수 있다. 벤츠 인증 중고차 판매는 2017년 3790대, 2018년 4640대, 2019년 6450대로 증가 추세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070대를 판매했다.

BMW코리아는 2005년부터 인증 중고차 판매 프로그램인 ‘BMW 프리미엄 셀렉션’을 시행하고 있다. BMW는 이를 통해 1년, 2만㎞ 무상 보증과 정비 이력 확인, 리스, 할부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BMW는 온라인에서 전국 모든 BMW 인증 중고차를 한 번에 실시간으로 비교 검색, 구입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2018년 3월부터 인증중고차사업부 ‘볼보 셀렉트’를 김포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볼보 셀렉트를 통한 중고차 판매가 전년 대비 98% 증가하면서 볼보는 올해 3월 수원에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추가로 열었다. 볼보는 출고 후 7일 또는 주행거리 700㎞ 이내의 차량에서 구조적인 결함이나 주행 중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전액 환불해준다.

하지만 이처럼 커지는 인증 중고차 시장은 아직도 국내 완성차 업체에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으로 제한하는 게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6개월 이내로 해당 의견에 관한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국내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소비자 편익을 위해 대기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참여는 중고차의 적정가치 형성 및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향상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참여하는 중고차 인증제가 중고차 가치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 중고차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역차별은 해소돼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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