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지 벌써 1년하고도 4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어떻게 버텼을까. 얼마 전 그의 첫 기일을 보내며, 애들 작은 아빠가 나를 보며 한 첫마디가 “형수님 1년 동안 잘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그래, 1년 동안 잘 참고 견뎌준 나와 아이들이 대견하면서도 감사하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시간도 숨을 쉴 수조차 없었던 고통도 이젠 조금은 느슨해진 거 같다. 오늘도 그를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에 대한 소중함을 그가 떠난 뒤에야 알았다. 수없이 이름을 부르며 밤마다 눈물로 지새우고, 살아갈 앞날에 대한 불안함으로 떨기도 했다. 늘 함께했던 이가 어느 날 사라지니 내 삶은 정말 혼란스러웠다. 살다 보면 많은 일을 겪게 되고 힘든 일도 많겠지만, 배우자와의 사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 사별의 아픔은 가슴에 커다란 바윗덩어리 하나를 안고 사는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지내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나 혼자인 게 느껴진다.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지만 나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 빨리 와버렸다.
우리는 결혼 생활 동안 부부로 친구로 지내며 서로 아껴주며 살았다. 7년 전 그 사고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알콩달콩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그는 사고로 대동맥 3분의 2가 찢어져 생존율 3%로 살아날 희망이 희박한 가운데 살았다. 모든 사람이 기적이라 했다. 그 후 6년 2개월을 살면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이들 아빠로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았고 평생 해야 할 일들을 후회 없이 해 주고 갔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 그는 그렇게 나와 25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며 50년 인생을 마감했다.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니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며 남에게 많이 베푸는 삶을 살았나 보다. 장례를 치르며 알았다. ‘이 남자는 인생을 참 잘 살았구나’라고…. 며칠째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지만, 그날은 날씨가 좋아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그가 떠나는 길을 열어 주었고, 도로에는 수많은 차량이 운구차 뒤를 따라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명복을 비는 많은 사람 덕에 그가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동안은 숨을 거두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꺼져가는 숨을 겨우 몰아쉬며 깜박이지도 않는 눈으로 나와 내 아이들을 끝까지 바라보던 그 모습….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나와 아이들에게 베푼 그의 사랑과 희생을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힘을 내보려 애쓴다. 그가 떠나고 10일 후 군에 입대해 걱정이 많았던 둘째는 어느새 병장이 돼 내년 초면 전역을 하게 된다. 부대에서 낮에는 훈련받고 밤마다 아빠가 보고 싶어 베개에 얼굴을 묻고 날마다 울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러한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어엿한 대한민국 군인이 돼 곧 전역한다니 정말 대견하고 뿌듯하다.
사랑하는 지훈 씨, 당신 잘 쉬고 있는 거지? 당신이 나에게 주고 간 선물인 두 아들과 잘 살아볼게요. 많이 보고 싶고 그립지만 사는 동안은 열심히 살고,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게요. 울컥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그건 이해해줬으면 해요. 당신이 내게 준 그 사랑 잊지 않을게요.
당신의 영원한 아내 노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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