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81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홍남기(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81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신용대출 규제 검토 배경

DSR 40%서 축소 등 포함
서민층 피해 방지대책 고심
부동산 대출부터 규제 할 듯


금융당국이 위기로 치닫는 대출 현황에 결국 제동을 걸고 나섰다. 증권 계좌와 규제지역 주택 매매의 자금 조달계획서 등을 분석한 결과 신용대출 상당 부분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부동산 투자나 ‘빚투’(빚내서 투자) 주식 거래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덩달아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10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조4172억 원으로 8월 말 집계 당시 잔액(124조2747억 원)보다 1조1425억 원 증가했다. 8영업일 만에 1조 원이 시중에 풀린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 폭도 역대 최대였던 전월(4조755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8월 사상 최대로 늘어난 신용대출에는 카카오게임즈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증거금 수요가 컸다. 9월 초 청약 결과 모두 58조 원의 증거금이 모였는데, 청약 일자와 가까운 8월 셋째, 넷째 주 신용대출이 급증했다. ‘영끌’ 부동산 투자에 ‘빚투’ 주식 거래가 더해져 신용대출 증가세가 커졌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이 우선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부터 손을 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꼬리표’가 없는 신용대출 폭증을 막으려다 자칫 서민층 생계자금줄까지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와 조정대상지역 확대가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DSR 비율을 현행 40%에서 30% 안팎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대출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아도 개인별로 DSR 규제가 적용된다. 주담대를 받은 후 3개월 내 신용대출을 받는 대출자에 한해 대출 용도를 확인하고 있는데, 그 기간을 6개월 안팎 정도로 확대하는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 방안을 찾는 건 신용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그 위험을 고스란히 은행이 떠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말 그대로 대출자의 신용에 기반해 돈을 내주기 때문에 대규모 연체 등이 발생하면 은행 건전성에 곧바로 빨간불이 켜진다. 담보 대출은 해당 담보를 처분해 손실을 메우지만, 신용대출은 그 방도가 마땅치 않다. 은행이 흔들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실물경제에 더해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신용대출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몰려 자산 거품이 형성되고, 반대로 이 거품이 꺼질 때 가계는 물론 금융 시스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신용대출 규제 필요성을 키운다.

은행의 충격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4대 시중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최근 100% 밑으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LCR 규제를 완화했는데, 그만큼 위험엔 더 노출돼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일부 은행은 자구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신규 취급하는 고정혼합형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10bp(1bp=0.01%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부터 가계 주담대·신용대출 최종금리 산정 때 적용할 수 있는 우대금리를 총 20bp 축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조인다면 먼저 한도를 줄이고, 그다음 금리를 올리고, DSR를 강화, 마지막으로 자금 용도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정혜·송정은 기자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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