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머리 분리된 채 발견
918∼1083년 고려초 추정
‘흙 속에 파묻힌 평범한 바위인 줄 알았는데….’
등산객들이 오가던 북한산 인수봉 아래 부근에서 석불입상이 천년의 세월 속에 발견돼 문화재청 등이 정밀 발굴조사에 나섰다. 불교를 숭상했던 고려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상당한 문화재적 가치와 함께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산 일대에 분포한 불상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파악돼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문화재청 발굴 허가를 받아 수도문물연구원과 함께 북한산 지역 매장 및 비지정문화재를 발굴조사 하던 중 지난 12일 북한산 인수봉 아래 경기 고양시 쪽 계곡에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지난 4월 석불로 추정되는 바위가 발견된 이후 발굴조사에 착수했으며 12일 바위를 뒤집자 완전한 불상 몸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상 머리는 땅속에 파묻혀 있었고, 몸통 아래 반 정도가 지표면 위에 드러나 있었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세운 918년 이후 1083년까지인 고려 초기 작품인 것으로 보여 제작 시점을 감안하면 약 1000년 만에 세상에 다시 드러난 셈이다.
석불입상의 몸체는 높이 2m·폭 65㎝, 머리는 높이 60㎝·폭 45㎝로 현재 전체 높이는 260㎝인 것으로 조사됐다. 목이 부러져 있으나 얼굴의 형태와 몸통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얼굴은 짧은 코와 두툼한 입술에 고려시대 특유의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손은 가슴 부분에, 왼손은 허리춤에서 아래를 향하고 있다. 옷 주름이 지금도 휘날리는 듯 선명해 예술성도 갖추고 있다.
불교조각을 전공한 정성권 단국대 사학과 초빙교수는 “이 석불입상의 짧은 코는 고려 건국 직후인 936년 조성된 충남 논산 개태사의 석조삼존불 중 좌협시보살상 코 제작 방법과 유사하며, 손의 위치와 옷차림을 볼 때 고려 초기 불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머리 위에 보개(寶蓋·머리에 씌우는 갓)꽂이가 있는 불상은 매우 드문데, 이 불상은 머리에 보개꽂이가 남아 있다”며 “북한산 일대에 분포한 불상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불상의 하나로 볼 수 있어 고려 초기 불교조각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공단 측은 석불입상을 받쳤을 대좌와 머리 위 보개가 주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정밀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