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4차 추가경정예산에서 통신비 2만 원을 1회 보조해 주겠다고 한다. 지원 대상은 4640만 명이며 총금액은 9300억 원이다. 통신요금에서 2만 원을 차감 청구하고 정부가 통신회사의 결손을 대납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국가의 통신비 보조가 ‘선심성’ 지원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비대면 활동 증가로 모든 계층에서 통신비 부담이 커졌고 이에 대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렇게 답하려면 ‘비대면 활동 증가’로 실제 통신비 부담이 커졌는지 실증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과거 통신요금 납부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는 전언은 없다. 다른 대안은 없는가. 비대면 활동 증가로 통신요금이 많아져 가계에 압박이 가해졌다면, 한시적으로 통신회사의 요금할인을 ‘고통분담 차원’에서 유도할 수 있다. 그로 인한 결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됐을 때 법인세 인하 등으로 보전할 수 있다.
정부는 통신비 지원에 누수가 없도록 법인명의 휴대전화나 다회선 가입자에 대한 정리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예산 절감을 위해 큰일을 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경을 편성하면서,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계층에 집중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어려울수록 더욱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촘촘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취지로 추경 세출은 ‘피해 구제와 고용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출 내역을 보면 코로나19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3조8000억 원을 투입한다. 그리고 고용 유지를 위해 1조4000억 원을 투입한다. 고용유지 지원금 연장과 함께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을 추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번 4차 추경 규모는 7조8000억 원이다.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으로 정부가 세운 추경 원칙이 정부 손에 의해 허물어졌다. 휴대전화 소지자가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는 없다. 통신비 지원은 선심성 목적으로 앞뒤 맥락 없이 추경에 편승한 것으로 유추된다. 통신비 지원 총액 9300억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피해구제 예산 3조8000억 원의 24.5%, 고용유지 예산 1조3000억 원의 72%다. 모든 정책 지출은 기회비용을 가진다. 추경은 통신비 지원이 아닌 코로나 재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구제와 그리고 이들 부문에 고용된 근로자의 고용 유지를 위해 쓰여야 합목적적이다. 그래도 예산이 남는다면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사람들의 긴급생계지원에 쓰여야 마땅하다.
통신비 지원은 채택해서는 안 될 하책 중의 하책이다. 정부의 통신비 보조가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으로 포장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포퓰리즘의 끝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작 1회의 통신비 2만 원 정부 보조가 내수 진작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그리고 수급자의 살림 형편이 얼마나 개선되겠는가. 통신회사 매출 결손에 대한 정부 대납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특정 통신회사의 매출을 알선해준 것’이다. 13세 이상 국민이 혜택을 봄으로써 13세에서 18세까지 미성년자가 갖게 될, ‘내가 쓴 통신요금도 국가가 납부해 줄 수 있구나’라는 그릇된 인식은 시장경제의 첫발을 잘못 내딛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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