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탈영 의혹이 부대 배치, 통역병 선발 등으로 확산한 와중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나름의 입장을 내놨지만, 형식도 내용도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국 전임 장관은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그래도 기자들과의 ‘끝장 문답’ 형식이라도 갖췄다. 그런데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일방적으로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고 했다. 진정성이 있다면 그렇게 하진 않는다. 추 장관은 얼마 전까지 자신의 관여 주장에 대해 “소설 쓰시네” “검·언 유착 아니냐”고 했지만, 군부대에 직접 연락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쏟아졌다. 이쯤 되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언론의 질문에도 직접 답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이다.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추 장관은 “(휴가)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 한 사실, 보좌관이 관여한 의혹, 용산 부대 배치와 통역병 청탁 의혹 등은 묵살함으로써 ‘오리발’을 내민 셈이 됐다. 반면 남편의 장애, 자신의 삼보일배 등 동정 여론을 일으킬만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판사를 했다는 사람의 ‘법치관’으로 믿기 힘들다. 동기나 정황을 중시하는 재판은 ‘인민재판’이나 ‘원님 재판’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오직 법리와 증거가 중요하다. 더 나쁜 것은, 검찰 개혁을 들먹였다는 점이다. 아들 문제는 법무장관 아닌 자연인 입장에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 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저의 운명적 책무”라고 연결했다. 추 장관이 말하는 검찰 개혁 자체도 엉뚱하다. 검찰 요직을 정권 충견들로 채운 인사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미 제대로 수사하긴커녕 뭉개기로 일관했음이 드러났는데, 그런 인사들에게 또 수사를 맡겼다.

청와대도 ‘추미애 지키기’에 가세했다. 청와대는 11일 추 장관 해임·탄핵을 요구한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고 추 장관을 옹호했다. 법무장관은 ‘셀프 면죄부’와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청와대는 이런 장관을 비호한다. 동부지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뻔하다. 조국 사태 때처럼 개인 비리를 ‘검찰 개혁 대 반대’ 프레임으로 호도하겠다는 전술인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계속 속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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