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문인 및 지식인 간첩단 사건’
당시 피의사실 공표, 얼굴 사진 공개
재심서 무죄…“정신적 손해” 소송 내
法 “유죄 속단 표현 발표…명예훼손”


1974년 ‘문인 및 지식인 간첩단 사건’ 당시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피의자들의 얼굴을 언론에 노출한 것에 대한 국가의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국)는 A씨와 배우자 B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74년 1월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에 의해 강제 연행된 후 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불법 구금된 상태로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 조사를 받았다.

검사는 같은해 2월 문인 및 지식인 간첩당 일당 5명을 검거, 구속했다고 발표하면서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에 A씨 등의 사진을 그대로 보도되게 했다.

1심은 1974년 6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총 163일 동안 구금돼 있던 A씨는 석방됐다. 이후 1976년 7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뒤늦게 열린 재심에서 법원은 2018년 6월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는 보안사 수사관들로부터 불법 수사를 받고 고문과 가혹행위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와 배우자는 “수사관들이 위법하게 체포·구속한 후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았고,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같은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사회적 낙인 속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등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정부가 총 1억5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안사 수사관들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고 A씨 등을 불법구금했고, 검사가 기소 전 A씨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문인 간첩단을 검거했다는 취지로 언론에 발표해 보도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에 대한 공권력 행사는 범죄수사 및 처벌이라는 공무집행의 외관만 갖추고 있을 뿐”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그 의무를 위반해 위법한 수사를 통해 유죄판결을 받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해 단정적으로 피의사실에 관한 공식발표를 함으로써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총 163일 동안 구금됐던 점 ▲국문학과 강사로 근무 중 체포돼 해고됐고 언론에 간첩이라고 보도돼 출소 후에도 상당한 제한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피의사실 공표와 포토라인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새 공보준칙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포토라인 설치 관행을 전면 폐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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