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모달 생체 뇌 영상 시스템

차세대 뇌 지도의 큰 주제는 ‘통합’이다. 그동안 매크로(뇌 전체)-메조(뇌 일부)-마이크로(뉴런) 규모별로 따로 보던 것을 한눈에 보거나, 구조·기능 뇌 지도를 합쳐서 보는 기술을 말한다. 서로 다른 규격의 영상 이미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영상 정합(registration)의 난관을 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살아 움직이는 생쥐 등 소동물의 뇌 전체 구조·기능·대사 정보를 동시에 촬영하는 ‘멀티모달(Multi-modal·다차원) 생체 뇌 영상 시스템’을 2026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고(高)자장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토대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광학 이미징 기술까지 결합하려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마취·수면 상태 동물이 아니라 측정 장비 안에서 활동 중인 뇌의 생생한 영상을 다원 기법으로 촬영함으로써 치매 등 뇌 질환 치료, 감정과 의사결정 등 고등 인지(認知)기능 연구에 돌파구를 여는 의미가 있다.

김기범 한국뇌연구원 인프라구축팀장은 “MRI 안에서 동물 뇌에 삽입한 광섬유로 단백체·유전체의 분자 지도까지 그릴 수 있다”며 “PET 등 여러 장비에서 얻은 뇌 활성 이미지를 정교하게 동기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서울대·UNIST와 협력해 뉴로모듈레이션 같은 뇌공학에도 즉시 응용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를 지향한다”며 “내년 정부 예산에 일부 반영됐지만 향후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전문인력의 확보와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뇌지도의 접근법은 다양하다. 미국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는 인간 뇌신경세포망 그림의 완성이 목표다. 1000억 개 뉴런과 1000조 개의 시냅스(연결부) 위치를 전부 파악해 뇌의 전국 도로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1990년대 인간 DNA 염기서열을 모두 해독한 휴먼 게놈 프로젝트만큼 큰 연구로, 국가 뇌 정책 ‘BRAIN’에 포섭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뇌의 새겉질(신피질) 뉴런을 모두 분석한 후 이를 시뮬레이션해 인간 뇌의 기본기능을 디지털 뇌로 재현하겠다는 ‘HBP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둘 다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방식이다. 역설계란 부품을 하나하나 분해해 전체 구조와 작동원리를 파악한 뒤, 다시 조립해 원래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공학 기술을 말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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