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 → ‘선도 기업’
‘니즈’ → ‘수요’로 쓰면 적당
기업·경영 분야만큼 외국어, 특히 영어 표현이 남발되는 분야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세계화로 인해 기업 활동에서 국경의 의미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영어 표현은 갈수록 많이 쓰이는 추세다.
기업이나 조직을 규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애자일(agile)’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민첩한’ ‘재빠른’ 등의 의미를 갖는 이 단어는 당초 유연함과 기민함을 특징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을 뜻하는 용어로 쓰였다. 그러다 최근에는 기업이나 조직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로 자주 쓰인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이를 ‘탄력 조직’으로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이나 사람’을 뜻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도 ‘선도 기업’이나 ‘선도자’로 번역해 쓸 수 있다. ‘유턴(u-turn) 기업’은 ‘귀환 기업’으로,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는 ‘유령 회사’나 ‘서류상 회사’로 쓸 수 있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서도 영어 표현이 무분별하게 사용된다. ‘니즈(needs)’는 ‘수요’ 또는 ‘바람’으로, ‘딥 체인지(deep change)’는 ‘근본적 변화’로,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감축’이나 ‘줄이기’로, ‘퀀텀 점프(quantum jump)’는 ‘비약적 성장’으로, ‘턴어라운드(turn-around)’는 ‘기업 회생’ 정도로 번역해 쓸 수 있다. ‘라운드테이블(roundtable·원탁 회의)’ ‘콘퍼런스 콜(conference call·전화 회의)’ ‘리크루팅(recruiting·채용)’ ‘론칭(launching·사업 개시 또는 상품 출시)’ ‘리뉴얼(renewal·재구성)’ ‘리브랜딩(rebranding·상표 새 단장)’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맞춤 제작 또는 맞춤 상품)’ ‘캐시카우(cashcow·돈줄 또는 금고)’ ‘셧다운(shut down·중단 또는 일시 휴업)’ 등도 불필요한 영어 남발 사례다.
이 밖에 ‘웨비나(webinar·화상 세미나)’나 ‘스마트 워크(smart work·원격 근무)’ ‘블라인드(blind·정보 가림) 채용’ 등도 번역해 쓰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운 신조어로 꼽힌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문화일보·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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