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만에 누적조회 2600만건
길어야 15분 분량의 드라마에
트렌디한 감성·세로 화면 조화
유료화 이후의 성공여부 주목


카카오TV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킬까.

카카오TV가 1일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다. ‘아만자’ ‘연애혁명’ ‘찐경규’ ‘내 꿈은 라이언’ ‘페이스 아이디’의 첫 회가 공개된 후 일주일 만에 콘텐츠의 전체 누적 조회 수는 1300만 건을 돌파했다. ‘아름다운 남자 시벨롬’, 김구라의 ‘뉴팡!’이 추가되면서 지난 13일까지 조회 수는 2600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워너원 출신의 박지훈과 신인 배우 이루비 주연의 드라마 ‘연애혁명’이나 이효리가 진행하는 ‘페이스 아이디’, 탈을 뒤집어쓴 마스코트 캐릭터가 등장하는 ‘내 꿈은 라이언’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TV를 운영 중인 카카오M 측은 예상을 웃도는 반응에 무척 고무돼 있다.


인기의 원인은 다양한 실험적 시도에 있다. ‘연애혁명’은 공중파 TV에서 흔히 다뤄온 학원 로맨스물. 그러나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급식체’를 그대로 대사에 활용해 트렌디한 감성을 보여준다. 또 애니메이션 효과 등을 자유롭게 써 전통 드라마 비주얼과의 차별화도 꾀했다. 박지훈 소속사 마루기획의 이응용 대표는 “반신반의하며 출연했는데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 출연 섭외와 광고 제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리의 ‘페이스 아이디’는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를 준다. 이효리가 실제로 쓰는 휴대전화의 앱이나 사진을 그대로 공개하는 식이다. 최근 올라온 ‘이효리 SNS 삭제 사건의 전말’은 약 30만 명이 들여다봤다.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한화 이글스 독수리 등이 주인공인 ‘내 꿈은 라이언’ 역시 특이한 시도다. 한물갔거나 잊힌 마스코트들이 카카오프렌즈의 유명 캐릭터인 ‘라이언’을 꿈꾸며 경쟁하는 내용이다. 4편 ‘진안 BTS, 복고감성 꿈돌이 출격’은 공개 3일 만에 132만 명이 조회했다.

형식도 기존 방송과 전혀 다르다. 드라마 한 편의 길이는 길어야 15분. 심지어 그걸 2∼3분짜리로 토막 냈다. 화면 비율도 파격이다. 전통의 가로 화면 대신 세로 화면을 쓴 것이 많다. 휴대전화 화면에 적절한 비율이다. 카카오TV 제작진은 “처음부터 모바일에 초점을 맞춰 기획하다 보니 형식과 포맷, 소재, 내용 등에서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리즈 7편이 모두 성공인 것은 아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배수지가 주연한 단편영화 ‘내 물건이 너의 집에 남아 있다면 헤어진 게 아니다’는 블록버스터급 조합에도 불구하고 ‘연애혁명’보다 조회 수가 낮았다. 김이나 작사가가 진행하는 ‘톡이나 할까?’도 출연 게스트에 따라 조회 수가 크게 요동쳤다. 기존 미디어와 다른 쇼트 폼, 색다른 플랫폼과 유통방식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휴대전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겐 이런 콘텐츠가 완전히 ‘무관심 영역’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비슷한 형식의 웹 예능이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무료인 콘텐츠가 유료화될 때 어떤 저항에 부딪힐지 알 수 없다. 2023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240개 이상의 타이틀을 선보이겠다는 카카오TV에 향후 유료화 계획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효리 휴대전화, 노홍철의 주식 투자 등 ‘실제상황’을 콘텐츠에 담는다는 점 등에서 분명 새로움과 잠재력이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검증된 스타들에게 조회 수를 기대고 있어 섣불리 성공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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