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50년’ 관세청 비약적 발전

수출입 신고·세금납부 자동화
보세화물 출·도착 실시간 확인

개인통관 고유번호 발급해줘
모바일 이용 통관서비스 제공

AI X-ray 시스템 개발 박차
물류분야 블록체인 적극활용


상자를 열어보지 않더라도 인공지능(AI)을 통해 안에 섞여 있는 화물 중에 은닉된 밀수품만 가려낸다.

관세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격 추진하고 있는 신기술인 AI X-ray가 가져올 미래다. 관세청은 X-ray 판독 업무에 AI를 도입하기로 하고 2년간의 실증작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AI X-ray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 증가로 특송화물 반입량이 매년 급증하면서 덩달아 마약 밀반입 시도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수입 통관 관리를 위해서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관세청은 이 같은 기술 발전을 통한 관세 행정 효율화 작업을 반세기 동안 지속하고 있다. 일일이 수기로 수출입 목록을 기재하기 바빴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실시간으로 보세화물의 출발·도착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365일 24시간 쉬지 않는 전자납부시스템을 구축해 각종 신고도 100% 전자식으로 이뤄진다. 또 국가전자통관시스템인 UNI-PASS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형 전자통관시스템은 이제 세계 속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빅데이터·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미래로 = 기존에는 수입품 검사 시 화물의 X-ray 화면을 일일이 관세직원이 봐야 했지만, AI X-ray가 도입되면 AI가 화물 내 밀반입되는 우범화물이나 제품의 부품까지 구별할 수 있다. 해외 입국자 및 수입품 중 위해물품을 가리기 위해 도입된 X-ray 검사는 영상의 특수성 때문에 판독 업무의 진입장벽이 높고 업무 피로도가 상당했다. AI에 특송화물에 대한 1차 선별작업을 맡기면 위험이 없는 일반화물은 무작위로 판독하고, 우범화물에만 전문직원이 판독 업무를 집중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AI 학습을 통해 AI가 X-ray 판독 업무를 전담하고 전문직원이 최종 판단만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알고리즘 연구·개발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도 참여해 5건의 특허를 획득한 상태다. AI를 통해 박스 내 혼재된 화물 중 은닉된 우범화물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금은 AI의 학습량이 쌓이고 있는 단계로, 학습량이 쌓인 시점엔 정확한 판독으로 실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관리도 관세 행정을 비약적인 발전의 길로 인도했다. 여행자와 화물 이동량의 비약적인 증가로 관세 행정에서 생성·가공되는 데이터는 양과 질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존에는 전자통관시스템에서 생성된 정형 데이터 2700여 종 내에서 각종 물품이나 수치를 분류하는 데 그쳤으나, 지금은 웹, SNS 등 비정형 데이터에 대해 분석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출국 데이터 및 여행자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우범여행자 동행자 분석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체납자와 거래했던 공급망의 연관관계를 분석해 체납 우회 우범업체를 선별할 수 있게 됐다.

또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증가세와 관련해 통관 물류 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 무역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수출입업체 등이 개별적으로 주고받은 원본 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실시간 공유하고, 수출 통관 신고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1990년, 수출액 650억 달러→현재, 5423억 달러 = 1990년 기준 관세청은 전국에 세관 28곳을 두고 4427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당시 수출액은 650억 달러, 수입액은 698억 달러였다. 입출국자는 출국자 420만8000명, 입국자 415만3000명에 그쳤다. 30여 년이 지난 2019년 기준 세관 수는 34곳, 직원 수는 5148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들이 관리하는 관세업무 규모는 급속도로 거대해졌다. 2019년 기준 수출액은 5423억 달러(8.3배), 수입액은 5033억 달러(7.2배)에 달한다. 출국자는 4214만2000명, 입국자는 4356만1000명으로 늘었다.

3세대인 2015년까지만 해도 관세 행정은 유선 인터넷 방식으로 이뤄지고, 종이서류가 주를 이뤘다. 이후 2016년 4월 16일 4세대 국가관세종합정보망(국종망)을 구축하면서 모바일을 합한 유무선 통합 방식에 100% 전자서류로 업무가 이뤄지게 됐다.

4세대 국종망 구축으로 관세 행정에서 국민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3세대는 정보 조회 위주의 서비스만 제공됐지만, 4세대부터는 정보 조회 기능과 연계해 사용자별 실적 및 현황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인통관 고유번호 발급 신청 등 모바일을 이용한 통관 업무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관세청 전자납부시스템을 구축해 365일 24시간 동안 납부 내역 조회, 제세 납부 등 징수 관련 대민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유관 기관과의 협업이 다양해지면서 보세화물 실시간 출발·도착 정보 확인, 금융정보분석원 시스템 및 검찰청 형사사법시스템과의 연계가 가능해졌다.

◇세계로 뻗는 한국형 관세행정시스템 = 관세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전자통관시스템인 UNI-PASS는 현재까지 14개국에 수출됐다. 수출입 신고, 세금 납부 등 모든 통관 절차를 인터넷으로 자동화하고 세관 방문과 서류 없이 전자식으로 처리하는 한국형 전자통관시스템이 세계 속에 이미 정착했다는 방증이다. 2005년 10월 카자흐스탄과 42만 달러 규모의 UNI-PASS 수출계약을 최초로 체결한 이후, 14개국에서 16건의 수출계약을 체결해 누적 수출액은 4억 달러를 넘어섰다.

관세청은 2006년 6월 UNI-PASS에 대한 국내특허를 취득하고, 그해 10월 19일 ISO20000 국제인증을 획득한 후 올해까지 인증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관세청은 2012년부터 개발도상국 관세 행정 현대화를 위한 컨설팅(BPR)을 진행해 지난해까지 총 29개국에 BPR 사업을 완료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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