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 고민

30대 중반의 전업주부입니다. 저는 인터넷 쇼핑으로 주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먹거리부터 옷이나 화장품 등 그 품목도 다양합니다. 살 때는 다 필요한 것 같아 샀는데, 막상 뜯지도 않은 물건이 쌓여갑니다. 아주 비싼 것을 사지 않는데도 거의 매일 사다 보니 그 액수가 점점 늘어나 지난달에는 남편 몰래 카드사의 카드론까지 썼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도 쇼핑몰에 들어가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습니다.

A.‘능동적 억제’ 능력 키우고 쇼핑 대체할 ‘진짜 위로’ 찾길
문요한 정신과 의사
문요한 정신과 의사
▶▶ 솔루션


사실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만큼 현대인들은 많은 스트레스와 정서적 결핍 속에 살아갑니다. 이를 느끼지 않기 위해 차단막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중독입니다. 그 중독의 대상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쇼핑중독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조절력을 상실할 정도의 강한 구매 충동을 특징으로 합니다. 지금 꼭 필요한 것 같고, 당장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갈망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가짜 필요’입니다. 막상 사놓고 제대로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폭식과 비슷합니다. 폭식하는 사람들은 정서적 결핍을 허기로 착각하고, 이를 음식으로 채워 넣습니다. 쇼핑중독은 그 대상이 음식이 아닌 쇼핑일 따름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중독처럼 쇼핑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역시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능동적 억제(active inhibition)’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는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멈추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억제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은 ‘질문과 관찰’입니다. 우선 쇼핑 충동을 강하게 느낄 때마다 ‘이것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천천히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쇼핑 일지를 작성해보세요. 단지 쇼핑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쇼핑을 언제 어떻게 하는지를 잘 관찰해보는 것만으로도 자기조절력은 향상됩니다.

둘째, 진짜 위로를 찾는 것입니다. 흔히 쇼핑 충동은 외롭거나 우울하거나 가만히 있거나 권태로움을 느낄 때 찾아옵니다. 반대로 누군가와 연결돼 있고, 할 일이 있고, 몸을 움직이고,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길 때는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좀 더 몸을 움직이고 쇼핑 외에 다른 삶의 즐거움을 찾아보세요.

셋째, 환경의 정비입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집에 술을 잔뜩 쌓아놓고 술을 끊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우선 쇼핑의 접근성을 어렵게 만들어야 합니다. 쇼핑 앱과 신용카드부터 없애보세요. 만약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기 어려울 정도로 조절력이 떨어져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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