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건전성 관리 총력전
영끌·빚투로 대출 폭증하자
高신용자들부터 한도 규제

0%대 금리에 예금 줄어들자
카드·유통과 ‘고금리 마케팅’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신용대출 우대금리 축소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급증과 관련, 은행들에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촘촘한 신용대출 관리를 요구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2.23∼3.91% 수준으로 나타났다. 7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반영됐던 8월 19일(2.04∼3.90%)보다 하단의 경우 약 20bp(1bp=0.0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4곳에서 올랐다. 신한·하나은행의 경우 금융채 금리를 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으로 삼는데, 금융채 시중금리 상승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3곳은 코픽스를 금리 산정 기준으로 삼는다.

전날인 15일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0.80%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통상 코픽스 변동에 따라 은행 주담대 변동 금리도 비슷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주담대 변동 금리 역시 내려가야 하지만 일부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조정하면서 오히려 주담대 금리가 인상된 것이다.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번지면서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조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NH농협은행이 이달 1일부터 가계 주담대·신용대출 최종금리 산정 때 적용할 수 있는 우대금리를 총 20bp 축소하는 등 선제적으로 움직이면서 다른 은행들도 우대금리 폭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 1.85∼3.75%(대표 상품 기준) 수준에서 우대금리가 축소될 경우 1%대 신용대출 금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들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리고 고심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4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그룹장급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비대면 대출 등 일부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가 너무 높다’는 언급이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대면 대출상품의 경우 고신용자가 받기 쉽다는 점에서, 결국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한도 규제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전문직 등의 대출 한도는 최대 연 소득의 200% 이상 달한다. 연봉이 1억5000만 원일 경우 3억을 담보 없이 끌어다 쓸 수 있는 셈이다.

증권사에서도 ‘빚투(빚내서 투자)’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이날부터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신규 신용융자 매수를 중단했다. 앞서 지난 11일 한국투자증권도 신용융자 신규 약정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한편으로 제로금리 상황에서 주식시장 활황에 따라 0%대 수신상품이 외면받자 이종(異種)결합으로 ‘고금리’ 마케팅에 나섰다. 케이뱅크는 우리카드와 제휴해 최고 연 10%까지 금리를 주는 ‘핫딜적금X우리카드’ 적금을 지난 15일 출시했다. 우리은행도 우리카드와 함께 지난 7월 최고 연 6.0% 금리 제공하는 ‘우리 매직(Magic) 6’ 적금을 선보였고, 현대카드와도 최고 연 5.7% 금리 제공하는 ‘우리 Magic 적금 by 현대카드’ 정기적금을 출시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with 이마트’처럼 유통사와 제휴한 사례도 있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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