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을 힘차게 부는 남자와 이를 구경하며 웃는 여자. 어느 자유분방한 도시의 한가로운 풍경일까. 한데, 턱 아래 마스크가 보인다. 아, 팬데믹 시대다. 훗날, 우린 이렇게 사진의 연도를 추측하지 않을까. 한 손에는 커피. 아, 이것은 세련되고 바쁜 ‘그 도시’다. 짐작대로. 사진은 2020년 4월 30일 뉴욕.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도시. 저녁이 되면 고층 빌딩의 불빛이 별처럼 하늘을 메우던 곳. 이제는 코로나의 상처가 가장 큰 도시가 됐다.
올리버 색스의 연인이었던 프리랜서 작가 빌 헤이스가 팬데믹의 ‘정점’을 지나는 뉴욕을 이야기한다. 너무 서럽지 않은 사진으로. 삶은 계속된다는 의지의 글로.
코로나 사태가 막 시작된 날로부터 약 100일까지를 기록한 책, ‘별빛이 떠난 거리’(알마)는 125년 역사상 처음으로 24시간 운행을 멈춘 뉴욕 지하철과 텅 빈 맨해튼 등을 매일 축제였던 과거의 모습들과 번갈아 배치한다. ‘거대한 변화’가 극적으로 와닿는다. 책에는 낙관도 비관도 없다. 그저 보여주고, 또 ‘함께 보자’고 할 뿐. “어쩔 수 없는 일. 이게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식이다. 이 망할 놈의 산 너머에는 과연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212쪽, 1만33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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