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팜스호텔 공연장. 조명이 꺼진 무대 위로 팝스타 비욘세가 등장했다. 수천 명의 우버 임직원이 그녀의 히트곡 ‘크레이지 인 러브’를 따라부르며 몸을 흔들었다. 우버 창업자이자 CEO인 트래비스 캘러닉(사진)이 누적매출 100억 달러 돌파를 자축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술과 음악을 곁들인 광란의 밤에 쓰인 돈은 무려 2500만 달러. 이튿날 캘러닉은 직원들을 호텔 인근의 한 극장에 불러모았다. 단상에 오른 그가 회사를 이끌어나갈 14가지 원칙을 천명했다. 끊임없이 들이대기, 소신 있는 반대, 능력주의…. 무엇보다 핵심 역량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슈퍼 펌프드(Super Pumped)’였다. 언제나 최고의 열정과 에너지로 무장해 있으라는 주문이었다.
뉴욕타임스 정보기술(IT) 전문기자가 쓴 이 책은 ‘넥스트 구글’을 꿈꿨던 캘러닉의 성공과 몰락을 추적한다. 캘러닉이 우버 CEO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을 최초 보도했던 저자가 전·현직 임원 200여 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때 실리콘밸리를 호령했던 기업의 흥망성쇠를 재구성했다.
2008년 설립된 우버는 10년 만에 80개국에 진출하며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업체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기만 하면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탈 수 있는 서비스에 고객들은 열광했다. 시트는 택시보다 깨끗했고, 기사에게 별도의 팁을 줄 필요도 없었다. 저자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싸워 이기기를 원하는” 캘러닉의 호전성이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캘러닉은 차량 공유 시스템이 당국의 규제에 막혀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례로 사업허가가 나지 않은 미국 포틀랜드에서 교통국 공무원들이 함정수사를 시작하자 단속을 피하려고 ‘그레이 볼’이라는 비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불법영업 단속자를 식별해 탑승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공무원이 우버 차량을 호출하면 처음에는 예상 요금과 함께 탑승 가능한 차량이 이동하는 것처럼 나왔다가 이내 ‘취소’ 메시지가 뜨는 식이다.
경쟁업체를 누르기 위한 상품 표절도 서슴지 않았다. 캘러닉은 어느 날 경쟁사인 리프트가 새로운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에 최고제품책임자를 불러 “모든 일을 내려놓고 리프트 서비스를 베껴오라”고 지시했다. 이후 리프트가 서비스 출시를 공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똑같은 ‘우버풀’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헬’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리프트 소속 운전기사를 추적해 우버로 끌어들이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요원들로 이뤄진 팀으로 인도 올라, 중국 디디 등 해외 경쟁사에 대한 첩보전을 펼친 것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자율운행 기술 개발이 여의치 않자 구글 출신 엔지니어와 손잡고 구글의 무인자동차 기술을 빼돌리려다 발각되기도 했다. 직원의 야근을 유도하기 위해 ‘공짜 저녁’을 제공하는 시간을 오후 8시 15분으로 못 박는 희한한 규칙도 만들었다. 이 모든 사례는 “내면에 헐크를 품은 듯한” CEO의 파괴적 열정이 실적 만능주의로 이어진 결과였다.
위대한 성공처럼 보였던 성과 제일주의는 얼마 안 가 동시다발적인 위기를 몰고 왔다. 우버는 2017년 1월 뉴욕 택시노조의 파업을 틈타 고객을 늘리기 위해 요금정책 원칙을 깼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여기에 캘러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문위원회에 들어간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SNS에서 ‘우버를 삭제하자’는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했다. 이 운동으로 우버는 졸지에 고객 50만 명을 잃었다. 2월에는 여직원이 직장 상사의 성희롱을 폭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직원은 폭로에 앞서 인사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회사가 “성과가 우수한 상사를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해고하긴 힘들다”며 그녀를 다른 팀으로 보내버린 터였다. 연이은 돌발악재로 고객이 등을 돌리고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나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캘러닉을 CEO 자리에서 몰아냈다. CEO 사임 후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우버와의 인연을 단절한 캘러닉은 공유주방 업체 ‘클라우드 키친’을 설립했고, 우버는 새로운 CEO를 영입해 ‘캘러닉 지우기’에 힘쓰며 재반등을 꾀하고 있다.
저자는 “우버의 흥망성쇠가 투자자와 창업자에게 기업의 ‘오만한 비전’을 경고하는 경종으로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568쪽,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