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K_서울’ 개관 첫 전시 ‘일그러진 초상’ 展
코오롱이 105억 들여 건축
市에 기부채납 후 20년 운영
내년 1월까지 무료 개관전
1층엔 회화 · 조각 등 30여점
옥상정원 글자기둥 증강현실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새로 들어선 미술관 ‘스페이스K_서울’(사진)이 16일 개관했다. 코오롱그룹이 지은 이 미술관은 첫 전시회로 국내외 작가들이 인간 형상을 탐구한 작품을 모아 ‘일그러진 초상’ 전을 연다. ‘스페이스K_서울’은 코오롱이 2018년 마곡에 ‘원앤온리(One&Only)타워’를 건립하며 문화예술 나눔 공간을 짓겠다는 약속에 따라 추진했다. 총 약 105억 원을 들였으며,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뒤 향후 20년간 운영한다.
미술관에 가 보니, 곡선과 호가 섞인 기하학적 디자인의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큰 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마곡지구 건물 선(線)의 단조로움을 상당 부분 해소해주는 느낌이었다. 2014년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이 설계와 건축을 맡았다고 한다.
연 면적 2044㎡(약 600평)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 앞에는 꽤 널찍한 잔디 공원이 있다. 시민들이 공원에서 휴식을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관을 통하지 않고도 옥상정원으로 올라갈 수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은 코오롱의 메세나 모토다. 이 기업은 지난 2011년 과천 본사 로비에 미술작품 무료 관람 공간을 마련한 이후 서울 강남과 광주, 대구, 대전 등에서 미술관을 꾸려왔다. 그동안 총 152회 전시를 열어 437명의 작가를 지원했다. 이는 이동찬(1922∼2014) 선대회장이 만년에 그림에 매진해 전시회를 열었던 것을 상기시키며 기업 미술관의 표본으로 일컬어졌다.
지역에서 운영했던 미술관들은 여러 사정에 따라 문을 닫았고, 과천관만 올해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코오롱 측은 “대규모로 새롭게 지은 ‘스페이스K_서울’ 운영에 집중해 서울 서남부 지역의 미술 전시 명소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두 여동생과 두 딸이 미술전공을 했지만, 미술관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관 1층에서 열리는 개관전 ‘일그러진 초상’ 작품들을 둘러보면, 현대미술의 흐름을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회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인간 내면을 시각화한 작품 30여 점을 소개한다. 초상 작품들을 통해 인간 사회 부조리에 대해 질문을 던지겠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게리 베이스먼, 글렌 브라운, 실비 플뢰리, 지티시 칼랏, 딘큐레, 장샤오강 등 당대를 주도하는 작가들과 함께 대시 스노, 필립 반덴버그 등 작고한 거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독일 화가 안드레 부처의 ‘무제’는 얼핏 고대 동굴벽화처럼 보이는데,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를 뒤집어 그린 것이어서 흥미롭다. 미국 작가 후마 바바의 조각 ‘One Thousand’는 관에 사람이 누운 모습처럼 보이는데, 전시 준비 과정에서 미술관을 청소하던 여성 미화원이 크게 놀란 후 일을 그만뒀다는 일화도 있다.
이불, 배찬효, 신미경 등 세계 무대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재미도 크다. 서도호의 작품 ‘고등학교 교복’은 집단적 통제의 획일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해 공감을 준다.
2층 전시관에서는 ‘우주로 간 카우보이’란 제목의 영상 작품을 소개한다. 연극, 회화, 미디어, 극작가, 설치 등 각 분야 예술인 5명이 협업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옥상정원에서는 증강현실(AR) 앱을 구동시켜 잔디 정원에 있는 글자 기둥을 체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한경우 작)를 시도했다. 이번 개관전은 내년 1월까지 열리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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