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는 말도 있지요. 이 말대로 언제쯤 그토록 애타게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날 날이 올까요. 불우했던 고등학교 시절에 저를 도와준 소중한 친구지만, 40년 가까이 수소문하며 찾아봤으나 지금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은 1980년대 초반 서울 중구 정동 배재고등학교에 다니던 98회 졸업생 김석훈이라는 친구입니다. 둘도 없는 제 단짝이었지요. 수업이 끝나면 함께 학교 도서관에 가서 입시공부를 하고, 좀 졸리고 힘들다 싶으면 운동장에 나가 가볍게 운동 겸 산책을 하며 서로 격려하곤 했습니다. 그 친구가 유난히 보고 싶은 이유는 고교 3년 내내 저에게 점심 도시락을 제공해준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고맙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1970년대 후반 중학교 때 부모님의 사업으로 인해 서울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 온 후 처음에는 건축 사업이 잘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요즘처럼 과열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강도 높게 건축 규제를 하는 바람에 결국 사업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서울에서 공부하고 싶어 홀로 남아 학교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집이 없어 학교 인근 서대문 로터리에 있는 조그마한 독서실에서 숙식했습니다. 조간신문을 배달하며 학교에 다녔습니다. 아침 식사는 신문 배달을 마친 뒤 신문사 지국에서 대충 해 먹고 학교에 갔습니다. 점심시간엔 혼자 구내매점에 가서 라면이나 빵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그 친구가 알고서 어머니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저를 위해 도시락을 두 개씩 가지고 온 것이지요.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안타깝게 연락이 그만 끊기고 말았습니다. 요즘 같으면 휴대전화 등을 통해 얼마든지 연락이 가능하겠지만, 당시에는 집 전화 번호를 알지 못하면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공부도 공부지만, 당장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후 그 친구와 이별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동기회 모임에 나가 그 친구의 소식을 알아봤지만,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동문회 홈페이지에도 친구를 찾는 글을 올려 봤지만 만남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이민 갔는지 소식이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 친구도 고맙지만, 특히 3년간 매일 도시락을 싸주신 친구 어머니께 이제라도 찾아뵙고, 큰절을 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세월만 흘러가, 지금 살아 계신 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살아 계신다면, 연세가 80대쯤 되셨을 것입니다. 더 늦기 전 생전에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 사연을 신청해 만나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서라도 친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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