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與 악재에도 野는 무기력
여, 1·2위 경쟁에 친문 후보 부상
야, 조직력과 선전·선동술 열세
기존 틀 깨는 선거전략 불가피
후보간 합의로 국정 분담해야
소통 이끄는 후보가 정국 주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년 6개월도 남지 않았다. 현재의 정치 구도나 정국 상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더 크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 안팎 지지율로 1·2위를 다투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갔고, 친문 세력도 드루킹 여론조작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오는 11월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다고 보고 대선 주자로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야당에는 10%는커녕 상시적으로 5%를 넘는 후보도 없다. 현 정권 비리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후보로 간주돼 한때 10% 넘는 지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출마 자체도 불투명하다. 여당 후보들은 저 멀리 앞에서 뛰고 있는데, 제1야당 국민의힘에서는 누가 대선에 뛰는지도 모른다. 여론조사를 하면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 답변이 비슷하게 나오는데, 선거 준비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민주당이 지금부터 2022년 3월 9일 대선에 이르는 과정은 과거 방식과 비슷할 것이다.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고, 후보 중심으로 캠프를 만들고, 집권하면 캠프 출신들이 권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그런 방식으로 집권하기도, 혹시 집권을 하더라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가 어렵다. 첫째, 현재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둘째, 진보 진영에 비해 중도·보수 진영은 조직과 선전·선동술 등에서 상대가 안 된다. 셋째, 대선에서 이겨도 국회는 물론 지방 정부와 의회도 여당이 압도적 다수다. 따라서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려면 제한된 역량을 최대화하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모든 것이 열세인 상황에서 야권은 개인이 아니라 잠재적 후보자 모두가 선거부터 국정 운영까지 함께 책임지는 ‘공동 정권’ 전략으로 맞서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잠재적 후보는 안철수·오세훈·원희룡·유승민·홍준표(가나다순) 등이다. 이들이 모여 누가 후보가 되든 선거 운동을 함께하고, 대선에서 승리하면 각자가 잘 아는 분야의 인사를 포함한 국정을 책임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안철수는 미래 산업, 유승민은 경제와 복지, 오세훈은 지방자치, 원희룡은 당 운영에 상대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만일 윤석열 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야권에 합류한다면, 각각 검찰·경찰과 사법부 쪽을 담당할 수 있다. 외교·안보·통일 쪽에 공백이 있는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정치 일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차기 정부를 위해 조언이나 대외적인 측면 지원은 가능할 것이다. 경륜이 조금 부족해도 여성과 청년, 호남을 대표하는 후보가 합류할 수도 있다. 공동 정권의 대표로 선거에 나설 대통령 후보는 내년 말 일정한 날짜를 정해 경선이나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도 있지만, 더 바람직한 것은 후보자들이 합의로 추대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선 과정에서 나타나는 균열을 막을 수 있다.
합의 추대가 가능한가, 공동 정권이 가능한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전례가 있다. 1992년 민주자유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민정계였던 박태준·이종찬·이한동·박철언·심명보·박준병·양창식 등 7명은 논쟁 끝에 이종찬을 민주계의 김영삼에 맞서는 후보로 추대했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과 김종필은 각각 대통령과 총리직을 맡고 권력도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집권 후 실제로 경제 분야를 김종필 측이 담당했다.
합의 추대와 공동 정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민정계 7인은 같은 계파여서 서로를 잘 알았고, 김대중·김종필은 DJP 연합을 위해 1년 넘는 협상 과정을 거쳤다. 집권 뒤 다시 결별하긴 했지만, 집권엔 성공했다. 그런데 현재의 야권 후보들은 서로 소통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기회조차 없다. 지난 3일 문화일보가 주최한 국제포럼에서 반기문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만났는데, 두 사람 간 공식 만남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제주도를 방문, 원희룡 지사를 만났는데, 그것도 9년 만의 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소통의 플랫폼이 될 수 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또, 후보 다수가 국민의힘 밖에 있기 때문에 꼭 그럴 필요도 없다. 결국, 먼저 나서 후보 간 소통을 주도하는 사람이 정권 탈환 과정도 주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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