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秋아들의혹 등 공정 파괴됐는데
국민 원성에 반성 기미 안 보여
말만 하고 약속 지킨 분야 없다
재정으로 단기알바 늘린 고용
젊은이들 투기세력 몬 부동산
공감할 만한 정책도 거의 없어
文정부 지지율은 코로나 덕분
국민의힘 뼈 깎는 변화 한다면
서울·부산시장 선거 승리할 것”
[인터뷰 = 김만용 정치부 차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11년 여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났던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했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대세인 이유를 설명하며 1945년 7월 포츠담 협정과 100년 전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사례를 끄집어낸다. 국정의 현실과 정치인을 평가하는 대목에선 20대 초반부터 조부(祖父)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街人 金炳魯) 선생에게서 배운 정치가 이제 8, 9단의 경지에 이른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게 했다.
김 위원장의 나이는 이제 80세. 그동안 김 위원장은 늘 누군가의 책사나 멘토였다. 하지만 여전히 젊은 두뇌와 체력, 연륜에 걸맞게 차곡차곡 쌓아온 지식과 경험의 깊이로 봤을 때 그는 이제야 정치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리더의 모습이다. 지난 21일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문화일보 파워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김 위원장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민의힘을 돕는 것 역시 세 번째 도전이다.
―문 대통령이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 썼다.
“문 대통령은 말로만 ‘공정, 공정’ 한다. 공정이 파괴된 지 오래됐다. 그 파괴된 것에 대한 일반 국민의 원성을 어느 정도 수용한 뒤 반성하는 기미라도 보이고 공정을 얘기해야 한다. 일언반구도 없었다. 공정이라는 말을 37번 반복한다고 해서 공정이 실현되는 게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건을 말하나.
“그렇다. 그 자체가 불공정한데 대통령이 전혀 ‘모르쇠’하고 있느니 하는 말이다. 마치 관련 없는 듯 지나가면서 공정을 이야기하니 누가 공감하겠나.”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인가.
“정치, 사회, 경제 등 전반적으로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니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 중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는 것은.
“어떤 정책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예를 들어 공정해야 할 일은 공정하게 하지 않고, 마치 공정을 지향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문 정부 정책 중 그나마 공감하는 것이 있나.
“별로 공감하는 정책이 없다.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는 정부는 공감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 정부 임기를 돌아보면, 어느 한 분야라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래도 대통령 지지율은 안정적이지 않나.
“지금 어느 정도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나라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일반 국민은 믿을 데가 정부밖에 없다.”
―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자칭했는데 일자리 창출 성과는 최악이라는 평가가 많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말이 안 된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소득도 늘지 않고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는다. 정부 재정으로 노인 아르바이트 비슷한 단기 일자리를 늘리고는 통계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다.”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정부·여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기업은 스스로 이윤 창출을 위해 투자활동을 한다. 돈이 없어서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이윤 창출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투자하지 않는다. 즉, 마음껏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실제 경영 현장에서 경영권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 기업규제 3법 얘기를 해보자.
“상법이 개정되고 공정거래법이 개정됐다고 해서 기업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은 살펴봤나.
“상법 개정안에서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감사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감사위원 선출은 다 오너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감사를 할 수 있겠나. 나는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사회 구성 자체도 새롭게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 선거 공약은 더 셌다. 이사회 구성에 소액주주가 참여하는 것도 담았다. 그런데 이번 상법 개정안엔 그런 내용은 빠져 있는 것 같다.”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많은 걱정을 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오랜 기간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결국 아무 문제 없다고 보는 것인가.
“무엇에 변화를 주려고 할 때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거기에 동조해서 넘어갈 순 없다.”
“黨, 계속 긴장하고 변화해야 … 어떤 잡음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겠다”
“黨 정강·정책 현실화 아직 미진
全의원 노력없인 재집권 불가능
태극기 세력과의 관계 설정?
그저 상식이 통하는 길로 가야
기업규제법 反시장 낙인 안돼
시장 기능 보완하기 위한 것
경제민주화, 큰 뜻 가진 것 아냐
양극화 문제 해결하자는 취지
韓·美동맹 바탕 안보유지·성장
어느 쪽에 주력해야 할지 보여”
―김 위원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경제민주화가 아주 큰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시장경제다. 그런데 시장경제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시장이라는 게 애덤 스미스가 말한 대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나 소위 부유하고 강한 팔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실제 시장이다. 다른 나라에도 없는 것을 왜 우리나라에서 하려는 거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다른 나라와 기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질서를 재정립할 수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를 정리하는 포츠담 협정에서도 일본 등의 재벌 해체가 명문화됐다. 재벌이라는 것이 시장경제 발전에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상당히 부정적인 요인이 있다고 해서 연합군 측이 담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기에 경제 개발로 선진국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갖고 1960년대부터 정부가 인위적으로 재벌을 양산했다. 나름 막강한 세력이 돼서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의 계층과 의식은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경제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진 못한다. 경제민주화는 우리 경제구조와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도 재벌 해체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가.
“우리는 이제 재벌을 해체할 수 없다. 이건 현실이다. 그렇기에 재벌을 조금 민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 장치를 마련하자는 얘기다.”
―앞으로 법안 심의 과정에서 기업규제 내용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닌가.
“하도 말이 많으니 내가 강화하자는 말은 안 한다.”
―이런 확고한 생각이면 기업들의 반대가 더 커지지 않을까.
“자본주의 역사에서 기업을 높이 평가했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법·관행을 준수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도 법을 지키면서 활동해야 한다. 어떤 언론은 상법 개정안 등을 소위 반시장적인 법안이라고 하는데 절대 반시장적일 수 없다. 시장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낙인찍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앞으로 계속 반대 여론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1970, 80년대에 몸소 체험한 게 있다. 이해 당사자들이 자기네들 이익을 위해 언론이나 정치권을 통해 공세를 가하는 것, 하루 이틀 경험한 것이 아니다. 법안을 심사하면서 잘못된 내용이 있어서 고치는 것은 좋지만, 무조건 경제가 어쩌니 하면서 반대하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서 우리와 맞지 않는 유럽 쪽 방식으로 치우쳐 있는 게 아닌가.
“미국은 독과점규제법이 더 엄격하다. 1900년대 초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은 재벌 중심의 미국 경제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독과점을 방치하면 오히려 경제구조가 나빠진다. 이런 공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과 함께 미국을 만든 3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것이다.”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왜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돈이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 돈은 많은데 금리 수준은 낮다.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나. 미래 돈의 가치를 보전하려면 결국은 부동산이다. 투기꾼이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산을 보존하기 위해 부동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공급 물량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 이 정부가 재건축도 막았다. 새로 지을 부지도 없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젊은이들의 투기를 안타까워하는 발언을 했다.
“젊은이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투기를 하나. 그 사람들은 투기가 아니라 내 집 하나 마련해보겠다고 집을 사려는 것이 아닌가.”
―부동산 문제는 교육 문제와 따로 떨어뜨려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이 단순히 국토교통부가 주택정책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육 문제까지 합쳐서 종합적 판단이 서지 않으면 될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라고 평가받는다. 책임을 느끼나.
“내 책에도 썼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을 상대로 약속을 했으면 최소한 그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 실패한 것이다. 나는 문 대통령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 있으면 철두철미하게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양반(문 대통령)이 처음에 뭐라고 했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런 모습이 지금 하나라도 보이나.”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망은.
“반드시 국민의힘이 이겨야 한다. 이기기 위해 국민의 신뢰를 확실히 받아야 한다. 지금 문 정부가 서울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민심이 좋지 않은데 그 민심을 받아먹을 능력을 국민의힘이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민의힘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아닌, 새롭게 탄생하려는 정부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빨리 심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 희망이 있다.”
―후보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우리 당이 뼈를 깎는 변화만 하면 웬만한 후보가 나와도 당선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강·정책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국민의힘은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소위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실은 국민의힘 내에서 의원입법을 통해 그에 합당한 법안을 선제적으로 내놨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안을 내놨으니 그것이 우리 생각과 어느 정도 일치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앞으로 어떤 혁신이 필요한가.
“이제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만들고 당 색깔을 정하니까 변화가 끝난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 미진하다. 변화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국민은 아직 ‘저 당이 과연 실질적인 변화를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많다. 일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국민의힘에 소속된 모든 사람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어떤 점이 아직 미진한가.
“정강·정책의 현실화다. 우리 의원님들이 그걸 제대로 파악하고 입법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한다. 당내 전원이 노력하지 않으면 재집권의 가능성은 없다. 내가 있는 동안엔 당이 계속 긴장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서울에서 참패했다. 역대 야당이 서울에서 이렇게 참패를 당한 역사가 없다. 집권당이 서울 유권자들에게 배척당하면 그 정권은 무너졌다. 서울시민이 야당을 완전히 무력화했다면 그 뜻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아야 한다. 일단 나는 이 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를 끌어가는 동안에는 다소 잡음이 들린다고 해서 거기에 흔들릴 생각이 추호도 없는 사람이다. 건건이 잡음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를 지배한다면 정상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여론조사상으론 문 정부 지지율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한창 오르던 국민의힘이 주춤한다.
“우리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최근 국민에게 안이하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의 화두는 무엇일까.
“대선마다 화두가 있다. 이 코로나19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부각할 것이다. 그때 다음 대통령 선거의 화두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인생의 기회는 한 번’이라는 말을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읽었다. 김 위원장에게 정치적으로 더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어떤 도전?”
―정치적 도전이다. 대선일 수도 있다.
“누가? 내가? 나는, 난 그런(대선) 생각이 지금 없다. 지금 비대위원장 하는 것을 놓고도 참 여러 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나이 때문인가.
“나이고 뭐고 정치에 흥미가 없다.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현재 나한테는 없다.”
―나라를 제대로 이끈다는 목표의식, 대통령 2명을 잘못 도왔다는 책임감이 있지 않나.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 나라 핑계 대고 뭘 하려는 것, 난 그런 짓은 안 한다.”
―한·미 동맹과 대중 및 대일관계에서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나.
“굉장히 쉬우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생성돼서 오늘날까지 이런 발전을 가져왔느냐, 그 배경을 생각하면 쉽다. 우리는 1945년 일본이 패망했기 때문에 독립을 쟁취했다. 연합군에 의해 나라가 독립했다. 6·25전쟁 때도 우리나라가 없어질 뻔한 것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이 들어와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도록 도와준 것이다. 6·25전쟁 이후엔 한·미 군사동맹을 맺어 안보가 유지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제성장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이 어느 쪽에 주력해야 할지 잘 보인다.”
―소위 태극기 세력, 아스팔트 보수들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좌도 볼 필요 없고, 우도 볼 필요 없다. 그냥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설정하고 꾸준히 가면 된다. 국민의힘이 가야 할 길은 일반 상식이 통하는 길이다.”
김만용 정치부 차장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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